올해 상반기 인도가 기술 업종 주도로 해외 기업들의 투자를 빨아들이면서 아시아의 M&A 핫스폿으로 부상한 데 반해 일본은 거래가 얼어붙으면서 존재감을 잃었다.
일본 기업들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유례없는 침체 위기 속에 기업 거래를 뒷전으로 미뤘다. 닛케이아시안리뷰(NAR)가 최근 리서치회사 리코프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 기업들의 M&A 거래액은 2조2000억엔(약 24조7200억원)에 그치면서 전년 대비 63% 쪼그라들었다. 2002년 이후 최저 기록이다.
기업들은 투자에 급제동을 걸고 공급망과 사업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기관 투자자들 역시 기업들에게 투자나 배당금을 요구하는 대신 직원 보호와 재무제표 관리를 우선순위에 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NAR은 전했다.
특히 해외 기업에 대한 M&A 규모가 1조엔으로 전년 대비 76% 위축했다. 거래 건수는 29% 줄어든 307건으로 7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유럽에 대한 거래 활동은 전년 대비 91%나 줄어 1230억엔에 그쳤다. 북미로의 기업 거래는 75%, 아시아로의 거래는 46% 각각 줄었다.
노노미야 이사는 "우리는 대형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했다"며 "많은 기업들이 일단 관망하자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각사는 몸값을 높게 받고 싶어한다. 그러나 커다란 불확실성 속에 기업들은 경제 충격이 얼마나 갈지 판단하기 어려워하고 있다. 따라서 매각사와 매입사의 눈높이를 맞추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자본시장의 높은 변동성도 기업 거래를 둔화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확산 공포 속에 전 세계 증시가 요동쳤다. 3월 중순 폭락한 세계 증시는 점차 회복하고 있지만 아직 팬데믹 이전 수준을 되찾지는 못했다.
일본 최대 M&A 중개기관인 니혼M&A센터의 이마이 신이치는 "기업 거래를 위한 가격 협상은 실적과 미래 전망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현재 미래 전망이 워낙 안갯속에 있는 데다 전망이 나온다고 해도 100% 확신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본 기업들의 거래의지가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투자매칭 플랫폼 비지트의 설문조사에서 응답 기업 81%는 여전히 M&A를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비지트는 "일상이 코로나19에 적응되고 입국 제한이 풀리면 국외 M&A에 다시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마이는 "만약 코로나19가 2차 3차 유행하고 글로벌 경제 활동이 다시 멈춘다면 M&A가 재개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에 따르면 15일 기준 전 세계 누적 감염자는 133만명에 육박하고, 누적 사망자도 57만6980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