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칼럼] 바이든 당선에 대비한 플랜 B

2020-07-1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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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교수





11월 3일로 예정된 미국 대선이 이제 4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코로나19 위기가 일어나기 전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은 기정사실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3월 이후 미국 전역으로 전파되어 세계 최대 확진자 및 사망자 기록을 매일 경신하면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두 자릿수 이상 앞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에 여론조사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당선되었다는 사실을 볼 때, 선거 결과를 예단하기는 아직도 이르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정치권의 풍향에 아주 민감한 월스트리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낙선에 대비한 플랜 B가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워싱턴 DC에 있는 정책연구소도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전제로 차기 인수위원회의 정책 과제를 검토하고 있다. 우리도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한·미 관계는 물론 동북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현재 바이든 후보의 대외정책은 체계적이지도 포괄적이지도 않다. 5월 말 진정되었던 코로나19 위기가 다시 악화되는 중이기 때문에 바이든 후보는 위기관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바이든 선거 캠프의 홈페이지에 게시된 공약의 대부분은 국내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남은 넉달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이나 중국에 대한 추가 제재 등을 통해 지지율을 제고하기 위한 시도를 할 수는 있겠지만. 이런 점에서 대외정책이 선거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은 아주 높지 않다.

또한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정책의 목표에 있어서는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양자 모두 미국의 패권 유지를 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회귀·재균형 전략과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한다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양자의 차이는 목표 그 자체가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주의적 조치를 선호하는 반면, 바이든 후보는 다자주의적 접근을 지지하고 있다.

바이든 후보의 대외정책 기조는 세 가지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와 차이가 있다. 첫째는 미국의 대외적 역할 제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제창한 이후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역할을 축소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파리 기후변화 협약, 세계보건기구(WHO)의 탈퇴를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은 물론 군사동맹국들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고 해외 주둔 미군의 철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가 미국의 국익은 물론 세계 평화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하였다. 지난 4년 동안 손상된 도덕적 지도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세계 전체가 당면한 공동의 문제 해결에서 미국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취임 후 글로벌 민주주의 정상회담을 제안한 바이든 후보는 선거에 승리할 경우 파리 기후변화 협약과 WHO에 복귀하겠다고 약속하였다.

둘째는 미·중 관계의 재편이다.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간주하는 점에서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광고에서 바이든 후보를 친중 정치인으로 비판하자,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도외시하고 있다고 반박하였다. 이런 점에서 양자의 차이는 전략적 기조보다는 정책의 우선순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적자와 기술도용 등 경제적 문제에 치중한 반면, 바이든 후보는 인권과 환경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미국의 대중 압박은 약화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바이든 후보보다 다루기 쉬운 상대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할 때 어떤 원칙을 일관되게 고수하기보다는 가시적 양보를 하면 타협하기 때문이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지적했듯이,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의 내용 자체보다는 국내정치적 효과를 더 중시하는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2020년 1월 1차 무역 합의에는 역대 미국 정부가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기술 도용 방지, 정부 보조금 지원 중단 등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선거에서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에서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농산물과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동맹 관계의 재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적 우방인 동맹국들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은 물론 미군 감축을 추구하였다. 2019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은 “브루클린 임대 아파트에서 월세 114달러13센트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 달러를 받는 것이 더 쉬웠다”고 우리나라를 조롱하였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이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로 인상할 때까지 주독 미군을 절반 규모로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유럽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아시아에서는 일본·한국·호주와 동맹을 강화하겠다는 기조는 명확하다. 실제로 바이든 후보는 당선되면 트럼프 행정부의 주독 미군 감축 계획을 재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해서는 동맹국은 물론 중국과 공조하겠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트럼프 행정부와 다른 전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바이든 후보의 당선은 한·미관계는 물론 동북아 정세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랬듯이, 바이든 후보도 당선 후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을 수정할 것이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도 상대해야 하며 그 이후 미국정권, 나아가 미국 전체를 상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듯이, 선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더라도, 합의 내용의 이행은 차기 행정부의 몫이다. 따라서 우리도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었을 때를 대비한 플랜 B를 조속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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