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프로그램 '투게더'는 한국의 이승기(33)와 대만의 류이호, 언어도 출신도 다른 두 명의 동갑내기 스타가 아시아 방방곡곡을 돌며 팬 찾아 떠나는 안구정화 힐링 여행 버라이어티다.
컴퍼니상상 소속이자 SBS 예능 '런닝맨', 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이하 '범바너')를 연출한 조효진·고민석 PD가 의기투합했다.
"'투게더'에 참여하게 된 건 조효진·고민석 PD에 관한 신뢰 때문이었어요. 두 분이 SBS에 계실 때부터 알고 지냈고 저의 신인 시절부터 최근 '범바너'까지 함께 했죠. PD님들의 버라이어티 색깔을 잘 알고 있었고 어느 정도 자신도 있었던 거 같아요."
"평소 여행을 갈 때도 저는 자연경관을 보는 건 일정에서 배제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이번 여행으로 자연이 주는 매력을 알게 됐어요. 아직도 눈에 인상 깊게 남아있거든요. 시청자분들도 '투게더'를 보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코로나19가 잘 해결되면 이 도시에 가보면 좋겠다' '이런 재미를 느껴보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요."
여행도 의미 깊었지만, 해외 팬들과 만나는 순간도 이승기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고.
"보통 팬들과 만날 수 있는 장소가 한정적이잖아요. 콘서트나 팬사인회 등 우리가 주관하는 장소에 팬들이 와주시는 식인데 이번 여행은 팬의 역사가 담긴 개인적인 공간에 제가 찾아가는 거니까. 팬과 연예인보다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는 느낌이 더 강했어요. 더 깊이 있게 팬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순간이었죠."
그 여정을 함께한 건 대만 스타 류이호였다. 영화 '안녕, 나의 소녀' 드라마 '결혼까지 생각했어' 등으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대만 인기 배우.
"일찍이 류이호 씨에 관해서 알고 있었어요. 그의 작품만 보더라도 선하고 다정다감한 매력을 느낄 수 있잖아요. 실제로는 개구진 면도 있고 워낙 센스가 탁월해서 더욱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동갑내기인 이승기와 류이호는 언어적 한계에 부딪힐 때도 있었지만 말이 아닌 마음으로 위기의 순간들을 헤쳐나가곤 했다. 대화가 통하지 않아도 어느 순간 감정이 통하는 순간이 느껴졌다는 설명이다.
"말이 안 통하니까 감정적인 소통이 더 극대화되더라고요. 뭉클한 순간들이 몇 번 있었어요. 짧지만 강렬한 마음을 함께 나누고 있죠."
한국 예능이 낯선 류이호를 이끌어야 하는 만큼, 이승기는 더욱이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끼곤 했다고.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더라고요. '한국 예능이 이 정도다' '세계적인 콘텐츠다' 하는 걸 보여주고 싶은데…. 말이 되어야지. 하하하. 부담감을 느꼈지만 류이호 씨가 좋은 성품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해줘서 점차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조효진·고민석 PD는 가급적 스타들이 맞닥뜨릴 상황을 미리 언급하지 않는 연출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이승기의 경우 다수의 작품을 통해 두 PD의 스타일을 익힌 상태였지만 류이호는 달랐다.
"두 분은 가이드라인이 거의 없어요. 가급적 정보를 덜 주는 게 출연진들이 더 재밌게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아시는 거죠. 제가 게임이나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도록 만들어요. 저야 그런 스타일이 익숙하지만 류이호 씨는 여러 번 놀라더라고요. 가장 놀란 건 카메라가 돌아가는데 실제로 잔다는 거. 하하하. 진짜로 자는 줄 몰랐대요. 잠자리에 드는 모습을 찍고 호텔로 보내주는 건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실제 '생활'이 카메라에 담기는 경우는 처음이라 촬영 후 3일간은 그야말로 '멘탈 붕괴'였다고. 이승기는 류이호에게 한국 예능에 관해서 설명하며 많은 대화를 나눴고 그 덕에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고 했다.
"게임을 할 때 가장 당황하더라고요. 하드코어적인 난이도나 제가 약간씩 반칙하고 배신할 때 '이래도 되냐'면서요. 하하하. 당황하면서도 약간 짜릿해 하는 것 같았어요."
어느덧 데뷔 17년 차다. '강심장' '1박 2일' '신서유기' '집사부일체' 등 다양한 예능을 소화해왔지만 '투게더'처럼 낯선 예능은 없었다. 시청률을 알 수 없다는 점도 그랬다.
"수치가 익숙하다 보니까. 방송 다음 날 시청률을 봐야 감이 오는데 '투게더'는 어디에도 정확한 수치가 없으니까 낯설더라고요. 반응은 좋다는데 그게 진짜인지 알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해외에서도 기사가 나오고 해외 팬들도 꾸준히 언급하는 걸 보면서 '정말 반응이 있구나' 실감하는 거죠."
손꼽히는 '한류 스타'로서 한국 콘텐츠의 인기에 관해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나날이 한국 콘텐츠가 발전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업계 종사자로서도 책임감을 가지고 촉을 세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그는 최근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인 관심을 얻고 있는 이유로 "성실함"을 꼽았다.
"모든 사람이 열심히 하겠지만 특히 예능프로그램은 한국처럼 열심히 하는 곳이 없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해외에서는 스튜디오에서 찍는 게 많은데 우리는 현장에서 재미를 끌어내죠. 가성비보다는 완성도에 더 집중하려는 느낌도 들고요. 유명 스타가 고생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신선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고요."
앞서 언급했듯 이승기는 가수로 데뷔해 연기·예능까지 여러 방면에서 활약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데뷔 17년 차를 맞게 된 시점에서 그간 활약한 분야를 돌아보며 선택과 집중에 관한 고민을 해야 할 때이기도 했다.
"내 의지도 중요하지만 나를 찾아주는 이도 중요한 것 같아요. 나를 찾지 않는데 혼자 하고 싶다고 덤벼들 순 없으니까요. 요즘은 예능에 관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1박2일' 때는 예능을 할 때 큰 철학을 가지고 접근한 건 아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책임감과 욕심이 생기게 됐죠. 저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제작진과 만나게 되며 책임감과 욕심이 생긴 것 같아요."
한 프로그램을 이끄는 선배가 된 처지에서 자신만의 '예능 철학'도 생겼다고. 그는 "게스트들이 만족하는 방송이 좋다"라고 말했다.
"저보다 대단한 선배님들이 많고 그분들에 비한다면 시작 단계지만요. 게스트들이 이승기와 함께 방송했을 때 편안하다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출연한 사람도 보는 사람도 기분 좋은 게 재밌는 예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게스트가 출연했을 때 그를 돋보이게 하고 그의 매력을 꺼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시즌1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마친 만큼 시즌2에 관한 이야기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승기와 류이호의 '케미'가 아까워서였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여행이 어렵게 됐어요. 이 시기를 잘 견디고 해결된다면 충분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