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 추진을 보류하고, 향후 추진 시점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지난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남 비난 담화로 시작된 남북 긴장이 고조되면서다.
통일부 당국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영유아·산모 대상 인도적 지원을 지속해나간다는 입장 아래 지난 2019년에 이어 올해도 WFP와 공여 방안에 대해 협의해왔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 당국자는 “이달 초 통일부 장관과 WFP 사무총장과의 화상면담 이후 WFP의 북한 영유아·여성 지원 사업에 대한 공여를 추진하려고 했으나 다음날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가 있어 공여 추진을 보류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올해 WFP 북한 영유아·여성 지원 사업에 1000만 달러(약 119억8200만원)를 지원하기로 합의했으나, 다음날 김 제1부부장의 담화로 남북 관계가 악화일로에 빠지면서 지원 계획이 중단된 것이다.
서호 통일부 차관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지난달 말 WFP에 1000만 달러를 지원하려고 교추협(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 의결 과정에 있었다”고 밝혔다.
통일부에 따르면 정부는 그간 WFP의 북한 영유아·산모 대상 영양사업에 2014년에 700만 달러를 시작해, 2015년(210만달러), 2019년(450만 달러) 등 총 3개년 동안 1360만 달러를 지원했다.
지난해 정부는 WFP를 통해 식량난을 겪는 북한을 돕고자 국내산 쌀 5만톤을 전달하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등을 문제 삼으며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쌀 지원 사업이 무산됐었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남·북·미 판문점회동이 1주년을 맞이한 상황에서 남북 관계에 여전히 교착국면에 머무르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가 조속히 정착되기를 기대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