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관 채권 편입 펀드라더니··· '한계기업'에 투자
이번 사태 이전까지 옵티머스 운용은 업계 내부에서도 그다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회사였다. 창립자인 이혁진 전 대표는 대체투자 전문가로 언론 지상에 오르내리기도 했지만, 회사 자체는 2009년 출범 이후 쭉 중소형사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2017년 공기업 매출채권을 담은 사모펀드를 출시하며 '불씨'가 당겨졌다.
해당 펀드는 정부 산하 기관 및 기업 발주 공사를 수주한 건설사 등의 매출 채권을 만기 전 할인된 가격으로 매입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3~9개월가량의 짧은 만기로 구성해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률은 3% 수준을 보장했다. 사실상 공기업이 원리금을 지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출시 초기부터 인기를 끌었다.
일각에서는 상품 구조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 대표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은 안정성도 높고 은행을 통해 쉽게 할인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사모펀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이 적다"며 "매출채권 확보 여부에 대해 충분히 의심이 가능했던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라임운용 닮은 꼴··· '죄질' 더 크다
이번 사태는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자산 바꿔치기'를 했다는 점에서 라임운용 환매 중단과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다. 라임운용의 경우 모자(母子)형 구조의 펀드를 설계해 사모펀드를 사실상 공모처럼 운용했다. 이 과정에서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기존 펀드를 상환하는 '폰지사기'를 저질렀다. 투자 내역을 속였다는 점에서 옵티머스운용도 유사한 '펀드 돌려막기'를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수법'은 유사하지만 '죄질'은 더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위험 상품이었던 라임운용과 달리 옵티머스 운용 상품은 공기업 채권에 투자하는 '저위험 상품'이었다. 위험 자산 투자를 꺼리는 안정 성향 고객들이 주로 가입한 이유다.
공모펀드처럼 수탁사와 사무관리회사를 이용한 것도 차이점으로 지적된다. 사무관리회사는 운용사가 제출한 펀드 자산을 토대로 기준가를 산정하고, 수탁사는 운용사 지시대로 자산을 펀드에 편입하는 역할을 맡는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에서 이용하는 PBS는 펀드 자산 관리와 총수익스와프(TRS)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자산에 대한 검증 역할도 수행한다. 검증을 회피하기 위해 PBS를 이용하지 않는 펀드를 주로 조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NH·한투 등 대형 증권사 소비자 대응 골몰
라임운용에 이어 또다시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가 일어나며 판매사들에도 불똥이 튄 상태다. 지난 5월말 기준 옵티머스운용의 펀드 설정잔액은 5172억원인데, NH투자증권(4528억원), 한국투자증권(407억원)에서 펀드 대부분이 팔렸다. 두 증권사들은 현재 대표이사가 직접 사안을 점검하며 투자자 보상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오는 3일 정일문 사장이 주재하는 소비자보호위원회를 열고 보상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비상품 부서를 포함한 태스크 포스(TF)를 조직해 자사 사모펀드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도 실시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의 경우 구체적 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사태 직후 정영채 사장이 나서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감당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과 달리 향후 판매사들을 향한 비판이 커질 가능성도 크다. 지난 28일 한 투자자가 언론을 통해 공개한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판매 과정에서 NH투자증권 직원이 "원금 보장이 되는 상품"이라고 설명한 대목도 나왔다. 한 금융 사건 전문 변호사는 "검찰이 라임운용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