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대신 2030"…IT기업들 '주니어팀' 신설 바람

2020-06-28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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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3사·네이버 2030 중심 조직 꾸려

카카오·넥슨·엔씨 등 "조직 자체가 젊은 편"

KT의 20~30대 젊은 직원들이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업무 과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KT]


'요즘 젊은이들은 어떤 서비스를 원하고, 주로 이용할까.', '2030이 바라는 조직 문화는 어떤 모습일까.'

내로라하는 IT기업들이 최근 각 부서에 포진해 있는 20~30대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느라 바쁘다. 출시 전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부터 앞으로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발전 형태와 조직 문화에 대해 가감 없이 이야기해 달라며 별도의 조직을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28일 IT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팀장 포함 5명으로 구성된 평균 연령 만 29세의 'Y컬처팀'을 신설했다. 이 팀은 2030세대를 주축으로 유연한 조직 문화 조성, 기업 경쟁력 제고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와 관련해 경영진과 직원 간 소통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KT 청년이사회 '블루보드'를 운영한다.

KT는 애초에 공모에서 팀장, 팀원 모두 만 39세 이하의 사원~과장급만 지원하도록 제한을 뒀다. 30대 과장급 직원이 부장급 팀장 직책을 맡아 팀을 이끄는 것은 내부적으로 처음이다. KT 관계자는 "Y컬처팀은 중간 허들 없이 경영진과 핫라인을 구축해 소통하게 된다"며 "젊은 직원들이 당당하고 단단한 KT 미래의 중심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SK텔레콤도 박정호 사장이 이달 초 비대면 타운홀에서 밝힌 서비스위원회 산하 '주니어 보드'의 발족을 앞두고 있다. 현재 구성원 공모를 진행 중이며, 최근 일부 직원들에게 운영 방식 등에 대해 제안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디지털 세대인 20대 직원을 주축으로 꾸려지는 주니어 보드는 SK텔레콤의 모든 출시 전 서비스를 평가하게 된다. 이는 담당 사업부의 필요에 따라 타깃 연령층에 맞춰 운영해온 '소비자 체험단'과 별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소비자 체험단은 출시 전뿐만 아니라 이미 개시된 서비스도 체험을 진행한다"며 "과거에 신입사원이 신규 광고를 평가한 적이 있었지만 정규화된 것은 아니었고, 이번이 사실상 첫 시도다"라고 말했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그런가 하면 LG유플러스에는 올해 11기를 맞은 '블루보드'가 있다. 평균 연령 31세의 직원 20여명으로 구성된 사원 협의기구다. 블루보드는 짝수달에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를 진행하는데, 올해는 '디지털 전환(DT)을 통한 고객 경험 혁신과 일하는 방식의 개선'을 주제로 자유롭게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회용품 줄이기 캠페인'을 제안해 사내 문화를 변화시키기도 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나 머그컵을 사용하고, 사옥 카페에서 이용 시 쿠폰을 적립할 수 있는 캠페인을 진행했다"며 "보고 자료도 별첨 문서는 출력하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신입사원으로 구성된 '스테이션 제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한성숙 대표가 취임한 2017년 신설된 조직으로, 현재 6기가 운영되고 있다. 구성원은 신입사원이 입사할 때마다 바뀌며, 이들은 1020세대의 취향을 파악해 한 대표와 직접 소통한다. 네이버는 스테이션 제로의 의견을 반영해 포털 내 동영상과 이미지 서비스를 강화하기도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신입사원으로만 구성된 조직이기에 특정한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듣는 데 의의를 두고 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카카오와 넥슨, 엔씨소프트 같은 판교 소재 주요 IT 기업들은 사내 평균 연령이 낮아 이 같은 조직을 두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직원 평균 연령은 30대 중반 정도로 조직 자체가 젊은 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대응해야 살아남는다는 위기 의식에서 비롯됐다며, 향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봤다.

전성민 가천대 교수는 "2030세대와의 소통은 급변하는 시장을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전략"이라며 "젊은 세대의 취향과 문화를 알아야 서비스 혁신이 일어나는 만큼 이들과 교류가 많아지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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