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데이터(DATA)센터와 인공지능(AI)

2020-06-23 05:00
  • 글자크기 설정

미중 무역전쟁 속 미국 데이터 중개허브로 떠오른 한국

서울, 부산 등에 GDC 구축要, 법·제도 정책적 지원도 필요

조평규 중국연달그룹 전 수석부회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정보기술(IT) 업무가 급증하고 있다. 감염 우려로 대면을 회피하기 위한 재택근무나 학교의 화상수업, 기업의 화상회의, 언택트(Untact) 구매가 빠르게 생활 속에서 자리잡아가고 있다.

언택트 활동이 가능하게 된 것은 발달된 IT 산업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컴퓨터 앞에서 작업한 것을 컴퓨터 내부 공간에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연결된 중앙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술의 발전은 4차산업의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변환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국내외 클라우드 업체들의 전쟁터다. 회사나 기관에서 사용하는 컴퓨터와 관련 시스템 관리, 그리고 고객 데이터 관리는 클라우드 기반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의 기술은 데이터가 생명이다. 해외 클라우드 업체들과 국내 IT 업체들의 시장 공략이 거세지고 있다. 국내 클라우드 데이터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산업의 쌀은 철강이었다. 언택트 시대, 4차산업의 쌀은 데이터이다. 데이터의 축적과 활용 없이는 4차산업 발전은 불가능하다. 즉, 과학적인 방법으로 데이터를 모으고 보관하였다가 필요할 때 찾아내 활용하는 기술이 산업의 미래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의 클라우드, 즉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은 큰 조명을 받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온라인을 통해 유통되는 문자·음성·사진 영상 등 각종 데이터정보(DB)를 모으고, 인공지능(AI)을 통해 분류한 뒤 유용한 정보로 2차 가공하는 공간이다. 데이터센터는 대용량 서버와 스토리지 등으로 구성되는 IT 산업의 물류창고 역할을 한다

남영삼 엔쓰리앤(N3N) 대표는 "글로벌 서플라이체인으로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 한국이 4차산업에서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글로벌 데이터센터를 수도권과 주요 거점도시에 구축해야 한다. 단순히 자기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수준의 데이터센터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가 없다"고 말한다. 엔쓰리앤은 국내 최초로 미국 시스코 본사의 직접 투자를 받은 클라우드 기반의 영상 AI 관련 세계적인 전문업체다.

지난주 시흥시(시장 임병택)에서 민간과 시 정부 간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이 체결됐다. 이는 매우 의미 있는 일로 보인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이 강력하게 서방의 자료를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권에 미국의 데이터를 중개하는 역할을 하는 허브로서 한국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글로벌데이터센터(GDC)가 건립되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AI, 자율주행,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 시티, 글로벌 데이터 거래소, 데이터 클러스터가 구축돼 스타트업이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신성장산업들이 이곳으로 모여들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센터의 가장 큰 문제점은 365일 24시간 내내 정보를 저장·처리·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전기 사용량이 많다는 점이다. 현재 전 세계 에너지 소모량의 약 1%를 차지하고 있으나, 10년 후에는 데이터센터의 데이터 처리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7%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새롭게 지어지는 데이터센터는 에너지 절감을 위해 설계 단계부터 갖가지 아이디어와 기술을 동원해야 한다.

데이터센터의 핵심 장비인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다양한 기술이 시도되고 있어 전망은 매우 밝다. 구글의 핀란드 센터는 건물 냉각을 위해 차가운 바닷물을 사용하고 있으며, 페이스북의 스웨덴 센터는 외부 공기를 끌어와 서버를 냉각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도 하다.

AI 전문가인 맥스 테그마크(Max Tegmark)는 저서 <인공지능이 열어갈 인류와 생명의 미래>에서 AI가 발달해 인간 수준에 이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정치, 경제, 군사, 법률 등 모든 분야에서 AI는 인간을 대체함으로써 인간의 삶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 주장이다.

AI는 충분한 데이터 없이는 무용지물이다. 양질의 데이터는 다양한 분야의 업종이나 산업에 필수적이다. 데이터산업의 발전은 디지털 비즈니스를 활성화시키는 데 기반이 되며, 관련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중심축 역할을 한다.

글로벌 데이터센터가 활성화되면, 클라우드 에듀테크(EduTech), 오픈 소스 기반의 차세대 학습관리시스템(LMS), 마이크로 러닝(Micro Learning), 빅데이터·러닝분석, 클라우드 고객관계관리(CRM), 전사적 자원관리(ERP), SaaS(Software-as-a-Service), 클라우드 그룹웨어(조직 내의 사용자들 간 e메일, 전자게시판, 전자결재, 파일 공유, 회의 지원 등의 협업), 지리 정보 GIS 시스템, 헬스케어 정보, 병원 솔루션, 클라우드 화상회의 등의 서비스 기반 구축과 활용이 가능해져서 산업 전반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전망한다.

전 세계는 지금 4차산업에 전력 질주하며 경쟁하는 전쟁터다. 글로벌 데이터센터는 산업의 '심장과 피'라고 할 만큼 중요해지고 있다. 후발주자인 우리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려면 글로벌 데이터센터가 서울·부산 등 주요 도시에 조속히 건설돼야 하고, 아시아권의 정보 교류와 거래 등 데이터 허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법과 제도 그리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에게는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을 만큼 촉박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