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은 중국 국내에서 필요한 경제통상 및 과학기술 종사자이거나, 긴급한 인도주의적 사유가 있을 때는 비자 신청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주 특별한 경우 아닌 이상 입국이 힘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별 발급받은 비자로 중국에 입국 하더라도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외진 곳의 질 낮은 호텔에서 2주간 지내야 하고, 이후에도 각종 기관 단위 출입이 제한되기 때문에 긴급 입국의 실효를 보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한국의 코로나19 사태는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세를 보이는 등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국 역시 코로나19 진원지 우한의 봉쇄를 끝내고 '코로나19 인민전쟁'의 종식을 앞두고 있는 모습이다. 한·중 양국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찾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코로나19를 한·중 양국이 먼저 경험하면서 얻은 부검자료나 치료관련 의료정보는 신약이나 백신을 개발하는 제약·바이오 기업에게는 매우 소중한 자료다. 한·중 제약·바이오 기업간 긴밀한 정보 교류와 경험의 공유는 강제적 입국제한 조치가 내려져 있는 한 불가능하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이 직면한 고통은 충격적이다. 항공사는 물론 여행사, 숙박, 레저 등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필자가 만난 중국에 투자한 한국기업 '칭다오신생활렌탈유한공사(靑島新生活租賃有限公司)'의 두진문(杜鎭文) 회장도 고충을 토로했다. 두 회장은 지난해 말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 수 백억을 투자했으나, 중국 정부의 엄격한 입국제한 조치로 중국에 들어가질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투자기업들도 같은 입장이다. 과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발생한 피해를 아직 미처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인구 1000만이 살고 있는 서울에서 현재까지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은 기저질환을 가진 2명에 불과하다. 관광객도 아닌 기업인의 출입국 왕래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과학적·합리적인 대응조치라고 보기 어렵다. 기업인들에 대한 강압적 통제 조치는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양국 기업인들의 입·출국에 대해선 감염병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기본 규정을 만들어 시행하면 된다. 만약, 규정을 위반하는 사람이 있으면 엄격하게 처리하면 된다. 예를 들어, 방문 전에 양국이 인정하는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진단을 실시해 음성으로 확인된 기업인들의 상호 방문을 허용하면 된다. 입국자들은 일정한 자기 격리를 통해 한정된 범위내에서 활동만 하면 문제될 게 없다. 기업인들은 이미 코로나19에 대한 위생 훈련이 충분히 되어 있다.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를 위해서도 정부의 조치를 잘 준수할 것으로 믿는다.
한·중은 가장 가까운 이웃이다. 한국은 올해 1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이 전격 봉쇄되고, 코로나19 감염증이 창궐한 엄중한 시기에도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하지 않는 등 상당히 유연한 조치를 취했다. 또한, 민관차원에서 협력해 마스크·방역복 등 필수적인 의료 물품을 지원하며 힘을 보탰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한·중은 운명공동체",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며 중국이 겪고 있는 고통을 분담하며 손을 내밀었다.
한국이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으로 희생자가 많은 건 초기에 중국에 대한 전면적인 차단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의 모든 나라가 문을 걸어 잠글 때, 한국은 오히려 코로나19에 걸린 중국인에게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무료로 치료를 해줬다. 한국은 중국에게 친구로서 할 만큼 한 유일한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상호주의는 외교관계의 기본 원칙인 만큼, 양국 기업인의 상호방문을 허용해야 한다.
한·중 관계는 이번 코로나19에 공동대처하고 고통을 함께 함으로써 우호적으로 더 깊은 관계로 발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양국의 당국자들은 하루속히 기업인들의 입·출국을 허용하는 방안을 실행해야 한다. 골든 타임을 놓치면 나중에 대책을 마련해도 무의미하게 된다. 진정한 친구는 어려울 때 판명된다. 중국은 한국의 친구인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