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조선족은 우리의 소중한 자산

2020-03-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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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넘쳐나는 중국 혐오론…조선족도 '공격'대상

한국내 조선족 100만명...성숙한 다문화 사회로 '배려심' 갖춰야

조평규 전 단국대 석좌교수

어느 조선족이 일간 베스트 저장소에 쓴‘ 나는 조선족이다. 진실을 말하고 싶다’는 제목의 글이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내용은 중국인 한국 유학생이나 조선족들이 중국 공산당의 지시를 받아 여론을 조작하고, 친중(親中) 정책을 펴고 있는 현정부에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조작하는 댓글을 올린다는 주장이다. 이글을 기정 사실화 하고, 중국유학생들과 조선족에 대한 혐오 여론이 넘쳐나고 있다.

우리의 수사기관은 신속하게 수사를 하여 진실을 밝혀야 한다. 중국 정부의 잘못이 있으면 강경하게 대응하고, 위법한 행위를 한 조선족이나 중국인이 있다면 반드시 검거해서 한국으로 영구 입국금지하고 법에 따라 엄히 처벌해야 한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범죄자들은 있게 마련이다. 소수의 중국인과 조선족이 범죄를 저지른다고 해서 싸잡아서 중국인이나 조선족을 혐오하고 범죄자 취급하며, 한국에서 쫓아내야 한다는 주장은 너무 편협하다.

중국 정부나 한국 정부 모두 중국인 유학생이나 조선족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면, 이는 아주 잘못된 일이다. 특히, 중국 정보기관 등이 한국에서 자국의 유학생이나 조선족을 내세워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대국으로서 당당하지 못하고 한중 수교 정신을 훼손하는 심각한 배신 행위다.

중국의 조선족들은 대부분 우리말에 능통하고, 총명하며, 근면하고 교육열도 높아서 중국 소수민족 중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경제가 어려운 시기 조선족들은 한국으로 오거나,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서 일자리를 찾아 서로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필자가 아는 조선족들은 대개 선량하고 한국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지금도 한국에서 생업을 유지하는 조선족들이 100만명에 가깝다.

올해 8월이면 한·중 수교 28주년을 맞는다. 한국과 중국의 교역 규모는 미국과 일본의 교역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 수교 후 짧은 시간 내에 한·중 양국이 엄청난 경제 발전을 달성 할 수 있었던 데는 잘 교육 받은 조선족의 존재가 큰 도움이 되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조선족의 역할은 눈부시다. 통역에서부터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 등 우리와 경쟁하는 나라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조선족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내칠 것이 아니라 한·중간 가교 역할을 하는 인적 자원으로 잘 활용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조선족은 조선시대와 구한말 대부분 먹고 살기 힘들어, 일본의 가혹한 폭정을 피해서, 혹은 독립운동을 위해서 남부여대(男負女戴)하고 선조들이 살았던 고구려의 옛 터전인 동북지역으로 이주하여 살게 된 사람들이다.

한국의 식당 어디를 가더라도 한 둘의 조선족 '이모'들이 홀 안에서 혹은 주방에서 일하는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 힘든 허드렛일에 종사한다고 해서 무시하거나 작은 잘못에도 호통을 치거나 모욕을 주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자기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갑질을 하는 사람은 인격적으로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다. 진정한 강자는 약자에게 가혹한 행동을 하지 않고, 약한 사람에게 오히려 배려하는 너그러움이 있다.

한국 사회도 이미 다문화를 받아들이는 성숙한 사회이다. 특히 조선족은 다른 나라로부터 이주한 사람과 완전히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아닌가? 조선족 중에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희생한 분들의 후예들이 적지 않다. 그들이 한국에서 자유롭게 생업에 종사 할 수 있도록, 다른 나라 출신 보다 더 많은 배려를 해야 한다.

중국 내수시장 개척은 전 세계 모든 기업들의 과제다. 이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잘 아는 인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중국에서 잘 교육받고 훈련 받은 양질의 조선족이라는 소중한 인적 자원을 가지고 있다. 국가는 이들을 관리하고 교육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조선족 인재를 관리하는 콘트롤타워의 설립과 운영이 절실하다.

최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발생을 쉬쉬하며, 비밀에 붙여 초기에 막지 못한 것은 중국 정부의 책임이지, 평범한 중국인이나 조선족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선거철을 맞아 이번 사태를 아전인수격으로 자기 당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행위는 매우 잘못되었다. 특히, 언론사 기자들이 무분별하게 중국이나 조선족을 비하하는 보도를 일삼는 것은 언론의 본분을 망각한 행위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는 책임을 남에게 떠 넘기는데 집중해서는 안된다. 다른 나라나 남을 혐오하면 할수록 내가 혐오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선진국에서조차 주류가 안되면 약자는 차별이나 혐오의 대상이 된다. 손흥민 같은 스타도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는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

중국의 통일전략 전술 같은 정치적인 목적의 공격에는 우리 정부나 관련 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응해야 한다. 중국은 아직도 약하게 보이면, 힘으로 밀어 붙이는 힘의 논리가 작동하는 나라다. 현 정권처럼 중국에게 약하게 보이거나, 할말을 제대로 못하며, 강하게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은 아주 잘못 됐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심으로 남을 배려하고 너그러운 선(善)함을 베풀면, 혐오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을 이길수 있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만큼, 공산 사회주의가 갖지 못한 다양한 다양성과 자유가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중국을 이길수(克中) 있으리라고 본다. 조선족은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다, 그들을 혐오해서는 안된다.

(조평규 전 단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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