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갭투자 차단을 위해 전세자금대출 보증한도를 대폭 축소했지만, 사적 보증기관의 한도는 그대로인 탓에 '반쪽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사적 기관에 협조를 구한다는 방침이지만, 당분간 '사각지대' 발생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17일 새 부동산 대책을 통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1주택자 대상 전세대출 보증한도를 2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현재 HUG는 수도권 5억원·비수도권 4억원 이하 임대차계약에 대해 임차보증금의 80% 범위 내에서 최고 4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내규 개정 시행일 이후부터는 한도가 2억원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전세대출 한도가 완전히 2억원으로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규제 대상이 공적 보증기관에만 한정됐기 때문이다.
대출자가 민간기관인 SGI서울보증을 이용하면 기존대로 최대 5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 서울보증은 임차보증금 제한도 없다. 앞으로 전세보증 최대한도를 2억원으로 축소하겠다는 정부의 강경한 입장과 다르게 '구멍'이 발생한 것이다.
정부는 협조를 구해 서울보증의 보증한도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7일 브리핑에서 "사적 보증기관의 한도를 인하하도록 요청해 전세자금 대출로 인한 유동성 유입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간회사인 서울보증의 보증한도를 정부의 정책대로 진행하기는 힘들어 말 그대로 "협조를 요청"하는 데 그칠 수 있다. 서울보증 관계자는 18일 "정부로부터 한도 인하 협조 요청이 와 현재 금융위원회와 협의 중"이라며 "협의 여부나 협의 시 보증한도 인하 시기 등은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공적보증과 사적보증의 엇박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가 9억원 초과 고가주택 보유자는 주금공·HUG의 전세대출이 제한됐지만, 서울보증은 이보다 2개월가량 늦은 올 1월부터 차단됐다.
사실상 갭투자 수요는 대책이 발표된 이후에도 서울보증을 통해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울보증은 내용증명을 통해 집주인에게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 갭투자하기가 공적기관을 이용할 때보다는 어렵다"면서도 "전세대출을 통한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는 이번 대책의 '구멍'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세보증이란? 보통 주택을 구입할 때는 담보로 잡을 주택이 있기 때문에 따로 보증이 필요하지 않고, 신용대출은 개인의 신용 한도(통상 개인의 1년 소득)까지만 대출해준다. 전세자금대출은 일반적으로 신용 한도 이상으로 대출을 받지만 전세입자가 특정할 담보물이 없는 경우가 많아 주금공, HUG와 같은 공적기관이나 서울보증 같은 사적기관이 금융기관에 보증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