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반도체 소재 생산 기업인 SK머티리얼즈가 최근 초고순도(순도 99.999%) 불화수소(HF) 가스 양산을 시작했다고 17일 밝혔다.
SK머티리얼즈는 작년 말 시제품 개발에 성공한 이후 경북 영주공장에 15t 규모 생산시설을 지었다. 오는 2023년까지 국산화율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SK머티리얼즈는 또한 반도체 소재 고부가 제품인 하드마스크(SOC : Spin on Carbon)와 불화아르곤 포토레지스트(ArF PR) 개발에도 나섰다.
포토레지스트(Photoresist : 감광액)는 반도체 웨이퍼 위에 바르면 빛의 노출에 반응해 회로 패턴을 새기는 데 필수적인 소재다. SOC는 포토레지스트 보조재로 패턴이 무너지지 않게 보호해준다. 특히 불화아르곤 포토레지스트는 해외의존도가 90%에 달한다. 제품 양산이 본격화되면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에 안정적인 소재 공급이 가능해진다.
SK머티리얼즈는 내년에 400억원을 투자해 생산시설을 준공, 오는 2022년부터 연 5만 갤런 규모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할 계획이다. 공장 부지는 세종시 인근이 유력하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 15일 이사회에서 이를 결정했다. 신규 공장이 가동되면 SK머티리얼즈는 최초로 고순도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게 된다.
SK실트론도 지난해 미국 듀폰사로부터 전기차에 필수 소재인 차세대 전력 반도체용 SiC(실리콘카바이드) 웨이퍼 사업을 인수했다. 실리콘카바이드 웨이퍼 사업은 미국·유럽의 소수 업체가 세계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SK그룹의 이 같은 소재 국산화 성과는 최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되자, 최 회장은 작년 8월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비상회의’를 직접 주재한다. 이 자리에서 16개 주요 관계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반도체 사업 관련 안정적인 소재 수급과 소재개발 기술력 제고 등을 주문했다. 이후 10개월간 반도체 소재 기업 인수와 신사업 투자를 6건 단행했다. 총 투자 규모는 7000억원이 넘는다.
SK그룹은 그간 소재 국산화 과정에서 확보한 역량을 중소기업 상생 협력으로 연결해 국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기여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400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성해 협력사들에 저금리 융자를 제공하고 있다.
SK그룹 내 소재사들은 중소 협력사들이 고부가의 고순도 가스를 정제하는 과정에 필요한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할 예정이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해 11월 영주 본사에 연구개발(R&D) 시설인 ‘통합분석센터’를 건립, 한국표준과학원 등과 함께 중기 분석 서비스에 착수했다.
SK그룹 관계자는 “투자비나 전문인력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에게 우리의 노하우를 공유해 업계 전체가 발전하도록 도울 것”이라며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고 고용 창출 효과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