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말이 있습니다.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유기체와 똑같아서 소통하지 않으면 아파요.”
40년 정치 인생을 마감한 문희상 전(前) 국회의장의 대표적인 별명은 ‘여의도 포청천’이다. 우락부락한 외모와는 달리 뛰어난 갈등조정 능력을 보여줘 얻은 별명이다. 여의도 포청천에게 소통은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다.
저자인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머리말에 “문희상을 통해 현대 한국 정치사를 조망하고 한국 정치인의 모델을 제시하고 싶었다”며 “입법과 행정의 고위 주요 보직을 경험하고 그 임무를 원만히 수행한 인물은 한국 정치사에서 흔치 않다”고 평전을 쓴 이유를 적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평전에 “문 의장님은 선이 굵으신데도, 판단은 섬세하시다. 원칙과 기준을 존중하시지만, 감성과 유머를 늘 중시하신다”며 “그런 양면이 ‘문희상 정치’를 오래 기억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2부 ‘문희상의 인생’에서는 문 의장의 어린 시절부터 가족사까지 개인적 ‘인생의 길‘에 대한 인간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정치적 운명의 큰 변곡점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도 소개됐다.
1979년 서울 마포구 동교동 지하 서재에서 이뤄졌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첫 만남은 그의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지난 5월 21일 열린 퇴임 기자 간담회에서 문 의장은 정치인생의 ‘가장 기쁜 날’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당선일, ‘가장 슬픈 날’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을 꼽았다.
제3부 ‘문희상의 정치인생’에는 한국 정치를 40여년간 겪은 산증인 문 의장의 생각들이 담겨있다. 2003년 노무현 정부의 초대 비서실장을 맡았던 문 의장은 “노 대통령은 종래 대통령의 틀을 벗어났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일정한 룰(규칙) 안에서, 정해진 것 안에서 파격적이고 신선했다”고 회상했다.
제4부 ‘문희상의 사상’에서는 저서 <동행>과 특강, 기고 등을 참조해 문 의장의 평소 지닌 정치사상과 가치관을 조망했다. 마지막 장에서는 문 의장이 고향인 의정부에서 어떤 활동들을 펼쳐왔는지 정리했다. 750쪽의 평전을 읽다 보면,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한 정치인의 삶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문 의장은 국민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을까?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문희상은 “나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의회주의자라고 얘기해주는 게 제일 기뻐요. 왜냐하면 민주주의자보다는 의회주의자라고 불리는 게 한발 앞서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