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대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의 배재성, 박상혁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태양광 무인항공기 ‘KAU-SPUAV(Korea Aerospace University-Solar Powered UAV)’는 지난 9일 제주도 곽지해수욕장에서 32시간 19분 동안 장기체공 비행에 성공했다.
KAU-SPUAV는 모형 글라이더를 개조해 만든 날개 길이 4.16m, 무게 5.3kg의 무인기다. 몸체가 가벼워 오랫동안 하늘에 떠있을 수 있고, 커다란 날개 위에 붙인 태양전지판 덕분에 낮에는 햇빛을 받아 배터리를 충전하고 밤에는 충전된 전력으로 비행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배터리 충전을 위해 지상으로 내려와야 하는 기존의 무인항공기와 달리 장기체공이 가능하다.
태양광 무인항공기는 경제적, 군사적 가치가 높아,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 성층권에서 장기체공하며 인공위성을 대체할 수 있는 태양광 무인항공기가 개발되면, 과학, 통신, 국방, 기상 등의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현재 세계 최장시간 비행기록은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의 Atlantik Solar 연구실의 81.5시간(소형 태양광 무인항공기 분야)과 미국 에어버스가 인수한 영국 기업 Zephyr의 25일 23시간 57분(대형 태양광 무인항공기 분야)이다.
국내에서는 한국항공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이 태양광 무인항공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KARI는 날개 길이 20m 이상의 대형 태양광 무인항공기를 개발하기 위해 연간 수십 억 원의 연구비를 투입하고 있으며, 지난 2017년 26시간 8분의 국내 최장비행 시간을 기록한 바 있다. 이 기록은 한국항공대가 2018년 27시간 58분 비행에 성공하면서 깨어졌다.
한국항공대 배재성, 박상혁 교수 연구팀은 지난 10년간 국가연구개발비의 지원 없이, 매년 1억 원의 연구실 자체 예산만으로 태양광 무인항공기를 개발해왔다. 오로지 열정만으로 시작한 연구였다. 배재성 교수는 “10년 전 1~2시간 비행부터 지금의 32시간 비행까지 느린 걸음이지만 조금씩 배워가며 여기까지 왔기에 무엇보다 애착이 가는 연구”라며 “우리의 연구성과가 대한민국의 무인항공기, 드론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러한 연구성과는 학생들의 노력 없이는 이뤄질 수 없었기에, 졸업생들을 포함한 학생들에게 감사의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의 다음 목표는 48시간 이상 비행기록을 수립하고, 태양광 무인항공기를 다양한 크기로 제작하여 일부 상용화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