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상의 인사이드 아프리카] 한국 기술로 '아프리카 전력화' 돕는다면

2024-11-0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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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상 한국항공대학교 석좌교수
[이진상 한국항공대학교 석좌교수]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인구 증가율이 가장 높은 대륙이며,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전력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전력 공급률은 43%(2022년)에 불과하여 전체 인구 중 약 8억명이 전력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2023년 아프리카 전체 전력 공급은 2015년 대비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아프리카 국가의 정전 횟수는 월평균 아홉 차례에 이르고, 정전 시 평균 5.7시간 동안 단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세계은행, 2023). 전력망이 연결된 아프리카 가정 중 28%는 전력 공급 시간이 절반에 불과하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남아프리카 제외)의 1인당 전력 ​​소비량은 연평균 124㎾h로, 우리나라 1인당 전력소비량 1만652㎾h와 비교하면 1.2%에 불과하다. 가정용 조명은 하루 6시간 동안 1인당 전구 하나에 전력을 공급하는 곳이 대다수다. 아프리카 기업의 전력비용은 전체 생산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매출의 6%, 자체 백스톱 발전을 제공할 수 없는 비공식 기업의 경우 매출의 16%에 달한다. 전력 부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에 달하며, 일부 국가에서는 연간 1인당 GDP 성장률이 0.4% 감소한다고 한다.
 
전력 생산의 절대적 부족과 불안정한 공급은 경제 발전을 저해하고,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에도 큰 장애 요인이 된다. 높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되며, 교육 및 보건 의료 분야 서비스에 지장을 초래한다. 아프리카 30개 이상의 국가가 전력 부족과 정기적인 서비스 중단을 겪고 있으며 많은 국가는 비용이 매우 많이 드는 임차 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아프리카 전력산업에 우리나라가 참여할 부분이 다양하며, 우리나라의 성공적인 전력생산과 공급 기술, 지식 및 경험을 아프리카 국가들과 공유한다면 짧은 기간에 아프리카의 전력 생산 확대와 안정적인 공급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아프리카의 전력화]
 
아프리카 전체 발전설비 용량은 68기가와트(GW)로 스페인과 비슷하다고 한다.
아프리카 여러 국가는 수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태양광, 지열,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잠재력이 풍부하다. 아프리카의 많은 발전설비는 대부분 외국 기술과 원조에 의해 건설되었고, 대부분 발전설비는 보수·유지 관리가 부실하다. 유지 관리를 위한 자금 및 기술 부족과 비기술적 손실(도난이나 결함이 있는 장비 등)이 흔하다. 송배전 네트워크가 오래되어 전력케이블이나 장비에 화재 등 안전사고가 빈번히 발생한다.
 
농촌 지역에서는 인구의 대부분이 멀리 떨어져 거주하고 있어 송배전망 설치 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하고, 정기적인 점검제도를 실행하지 못해 정전 및 안전사고가 잦다.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생산은 늘고 있으나 기존 송전 네트워크 가변성과 분산 특성을 수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발전설비의 손실률은 2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고, 송배전 설비의 손실률이 30-40%에 이른다. 아프리카 자체의 전력 기술 발전이 더디고, 기술인력의 부족으로 이러한, 전력생산과 송배전의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성공적인 전력 공급]

우리나라는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전력산업개발 5개년 계획이 포함돼 있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전력수요는 급격히 증가하게 되었고, 원활한 전력 공급을 위해 15차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추진해왔다. 2001년 한국전력의 발전부문을 6개 자회사로 분할하고, 정부는 전력산업의 중장기종합계획를 마련하여 국가 차원의 전력산업 기술 개발을 추진해 오고 있다.
 
전력산업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우리나라의 전력 손실률은 3.4% 내외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연간 정전 횟수나 시간도 세계에서 가장 낮다. 고압 직류(HVDC) 기술로 장거리 전력 전송에 활용하여 전송 중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고, 원거리 재생 에너지원과 도시 중심 간 상호 연결을 가능하게 했다. 또한 대규모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위한 배터리 기술의 발전으로 에너지 공급과 수요 관리의 향상과 발전설비 기술 발전으로 효율성을 높여 왔다. 이러한 노력은 낮은 전력요금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영국이나 독일 대비 3분의 1, 산업용은 이탈리아 대비 3분의 1, 영국 대비 2분의 1에 불과하다. 일본은 가정용이 우리나라 대비 2.5배, 산업용이 50% 높다.
 
우리나라의 원활하고 안정적인 전력생산과 송배전으로 외국인직접투자, 산업활동, 일반 가정용 전력 공급이 순조로웠다. 송배전망은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그리드’ 구축으로 손실률 저하에 기여하게 되었다. 스마트 그리드 기술을 구현하여 전력 분배의 효율성과 고급 통신 및 자동화 기술을 사용하여 전력 흐름을 최적화하고, 재생 에너지원의 통합 운용에 도움이 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전력산업 기술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활동과 기술인력의 교육훈련, 전력 및 전기 기술기업의 총체적인 관리시스템 운영으로 가능했다.

[우리나라와 아프리카의 전력산업 효율화 협력]
 
아프리카 전력산업의 효율화를 위해 우리나라는 다양한 협력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아프리카의 전력산업 기술인력의 교육훈련이다. 전력발전 기술인력을 확충하여, 기존의 발전설비에 대한 보수·유지 관리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는 것이다. 발전설비의 새로운 기술에 관련된 기술인력은 급변하는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송배전망의 점검·보수·유지 관리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 국가 기술자 자격제도를 실시하여 기술 수준을 점검하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기회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및 아프리카의 대학과 기술교육훈련기관이 공동으로 인력 양성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전력산업의 기술 발전에 협력하는 일이다. 전력 생산기술은 효율성이 높은 터빈의 이용 및 컨트롤 시스템의 보완, 지역적인 재생에너지 생산에 따른 기존 송배전망과 통합관리에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을 접목하여 손실률을 최소화하도록 한다. 우리나라 및 아프리카 교육기관 및 연구기관이 참여하여 아프리카의 기술 수준을 향상시키는 공동연구 등을 추진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 기업과 아프리카 기업이 공동으로 전력생산 설비에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 보아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송배전망에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을 도입하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앞선 송배전망 기술을 아프리카 국가와 공유하여 전송선과 변압기의 성능 및 수명을 향상시키는 재료 및 기술의 혁신을 추구할 수 있다. 소비자를 위한 ‘스마트미터’는 사용자들이 전기 사용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공급을 최적화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송배전망 관련 최신 기술을 아프리카에 접목하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네 번째는 아프리카 전력산업에 관계된 기업과 기술인력의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여 전력의 생산, 송배전에 관계된 설계, 시공, 감리, 유지·보수 등 전력산업의 가치사슬을 점검하여 효율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업의 실적 관리, 기술인력 관리, 기술 자격증 제도 등을 운영하여, 전력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손실률을 최소화하여 아프리카의 전력 생산을 늘리면 안정된 전력 공급이 가능할 것이다.
 
[결론]

지난 6월 초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대아프리카 원조 금액을 100억 달러로 늘린다는 발표가 있었다. 여기에는 한국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을 측면에서 돕는 원조 분야가 포함된다. 아프리카 진출 기업이 고려할 부분 중 하나가 진출 대상국의 인프라 현황이며, 전력의 안정적 공급은 필수 조건이 된다.
 
아프리카는 지난 수십 년간 전력공급 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은 2013년부터 ‘아프리카 전력화(Power Africa)’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이 사업에 미국 정부(USAID)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탄자니아, 케냐, 에티오피아, 가나, 나이지리아, 라이베리아 등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당초 계획과 비교하면 전력공급의 확대와 송배전망의 현대화 및 효율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아프리카 원조에서 아프리카 경제 발전에 필요충분 조건이 되는 원활한 전력공급을 위한 전력산업의 기술 발전과 전문인력 양성이 지원 우선순위에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와 아프리카 대상 국가의 정부, 민간기업, 학계 및 연구계가 공동으로 참여하여 아프리카의 전력산업 기술인력을 양성하고, 관련 기업의 기술 능력을 함양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기업이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요인이 되고, 아프리카의 지속 가능한 경제적·사회적 성장을 돕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아프리카 전력화에 적극 협력하여 아프리카의 전력 손실률을 최소화하고, 공급률 확대에 이바지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진상 필자 주요 이력

▷영국 글래스고대 경제학 전공 ▷영국 스트래스클라이드대  박사 ▷전 아프리카학회장 ▷전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전 한국뉴욕주립대 교수 ▷현 한국항공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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