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상의 인사이드 아프리카] 아프리카와 과학기술협력을 늘려야 하는 이유

2024-07-3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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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상 한국항공대학교 이진상 석좌교수
[이진상 한국항공대학교 이진상 석좌교수]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반도체, 항공, 바이오 등 첨단산업을 비롯해 자동차, 조선, 기계, 석유화학, 원자력 발전 등 중후장대한 전통산업 제품들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철도, 도로, 항만, 공항 건설 등도 그간 축적해 온 인프라 기술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되면서 세계 여러 국가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불과 1960년대 초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은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과 비슷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60여 년 동안 획기적인 과학기술과 공학의 발전으로 선진국과 경쟁하는 고도의 산업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는 국가발전에 큰 진전을 가져오지 못했다. 큰 경제구조 변화 없이, 낮은 소득 수준에, 높은 빈곤율과 실업률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고 개발도상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저개발 원인을 과학기술 발전이 소홀했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과학기술인가?
 과학은 크게 순수과학과 응용과학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순수과학은 어떤 현상을 과학적 지식으로 설명하고, 응용과학은 이를 실질적으로 활용하여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거나, 새로운 생산 절차로 생산성 및 품질향상을 가져오는 것이다. 과학기술 지식을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데 많은 시일이 소요된다. 영국의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은, 1686년에 ‘만유인력의 법칙’에 대해 발표했다. 그 지식을 산업에 응용하는 데 100여 년이 걸렸다. 영국이 산업혁명을 시작하던 1780년대 이르러 골짜기에 흐르는 물의 낙차(과학적 지식)를 이용하고 물레방아를 돌려, 방직기의 원동력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열역학 이론으로 증기기관차를 만들었고, 수없이 많은 새상품을 개발하면서 제조업이 성장하였고, 영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다. 결과적으로, 과학기술 지식을 현실에 접목하여 제품화하고 세계 시장에 내다 팔면서 부를 축적하게 되었고, 대영제국 건설로 이어졌다. 그 외에도 19세기 중반에 시작된 일본, 독일 및 프랑스의 선진화된 산업화도 과학기술의 발전이 있어 가능했다.
 
미국은 18세기 후반 독립 후 계속해서 교육 및 과학기술 발전에 힘써 왔다. 1860년대 과학기술 교육의 요람이라는 MIT를 비롯하여 수많은 대학이 설립되었고, 풍부한 재원 조달과 우수한 인적자원 양성으로 과학기술 지식을 축적하게 되었다. 19세기 발명왕이라 불리던 미국의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은 1000개 이상의 특허와 2300개 이상의 발명품을 만들어 냈다. 최근 수십년간 미국의 과학기술 발전은 더욱 놀랍다.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 규모에 R&D 환경을 가진 미국은 끊임없이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냈다. 미국은 세계에서 최고 연구중심 사회(Research-oriented Society)라고 불릴 정도로 R&D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다. 이는 R&D 규모, 민관협력 시스템,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과학기술 교육 및 연구기관이 있다. 최근의 IT와 AI 혁명은 새로운 세계 역사를 쓰고 있다. 애플의 기업가치는 국가별 경제순위로 6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고, 수많은 아이콘 기업이 탄생했다. 미국 경제는 끊임없는 과학기술 발전으로 세계 경제의 리더 역할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은 경이적인 것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의 역사는 오래다. 세종대왕(15세기)은 한글을 창제했고, 과학에도 심혈을 기울여 측우기, 해시계 및 물시계, 농업, 의약학 분야에 대단한 업적을 이뤘다. 이러한 한국인의 과학기술에 대한 지식은,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승화하기 시작했다. 1950년대 초 한국전쟁 이후, 대학이 늘면서 이공계 교육이 활성화되었다. 1966년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설립된 ‘한국과학기술원(KIST)’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만들었다. KIST는 규모가 커지면서, 수십여개의 세분화된 과학기술 분야 전문 연구기관을 탄생시켰다. 1970년대 초 설립된 KAIST는 한국의 MIT라고 불리며 수준 높은 과학기술 교육과 연구의 요람이 되었다. 수많은 국내 대학들은 선진국에서 수학하고 온 과학기술 인재를 흡수하면서 이공계 교육은 확대되었다. 정부, 학계, 민간부문의 공동 노력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과 공학 발전은 더욱 빛났다.
 
2023년 우리나라 GDP 대비 R&D 투자 비율이 4.93%(2023)에 달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이는 아프리카의 GDP 대비 R&D 비율 0.85%(2023)와 큰 차이가 있다. 1960년대 초 총국가 R&D의 95%는 정부가 주도했으나, 경제가 성장하면서, 정부의 비중은 줄어드는 반면 민간부문이 차지하는 R&D 비중은 74.6%(2023)로 늘어났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기업들은 스스로 R&D 투자를 늘리게 된 것이다. 과학기술 향상을 위해 민간기업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상용화로 연계되고 있는 증거이다.

아프리카 과학기술 어느 정도인가? 
아프리카에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있다. 풍부한 지하자원은 부족한 투자재원과 기술로 개발하지 못하고, 인구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나 인적자원(Human Capital)은 모자란다. 아프리카에 세계 유휴 농지의 60%가 있으나 농업기술 부족과 낮은 농업 생산성으로 매년 식량부족을 겪고 있다. 산업화가 늦어지면서 늘어나는 취업 연령층을 흡수하기에 역부족이다. 과학기술 발전과 산업화의 필요성은 인식하나, 여러 가지 경제 및 사회적 여건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뒤떨어진 과학기술은 구 식민지 시대의 비효율적인 경제운용을 탓하기도 한다. 식민지 기간 중 대부분 아프리카 경제는 1차산업 위주로 운용되어 주로 자원개발과 농업에만 치중했다. 학교 수는 절대적으로 모자랐고, 대학교육은 매우 극소수였다. 1960년대 전후 독립한 여러 국가들은, 빈번한 쿠데타로 정치적 불안을 경험했고, 중장기적 국가발전에 소홀했다.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들은 정부 재정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식민 종주국의 도움으로 국가를 운영하게 되었다. 유능한 과학기술 지식인들이 선진국으로 이주(Brain Drain)하여 자국 내 과학기술 인재는 턱없이 부족했다.
 
초등 및 중등 교육은 오래된 교과과정으로 새로운 과학기술 지식을 습득하는 기회가 한정되었다. 과학기술 교육기자재 부족도 심각한 문제이다. 교사들의 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재교육 제도도 부실하다. 아프리카의 대학 진학률은 9.0%(2021)에 불과해 세계 평균 38%(우리나라 68.7%, 2023)와 비교하면 절대적으로 낮다. 아프리카에 과학기술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는 이유이다.
 
아프리카가 발전하려면 과학기술의 발전은 필수조건이 된다. 제4차산업혁명과 AI시대에 공장 노동자들은 로봇(Robot)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기술 능력을 키워야 산업화가 가능할 것이다. 값싼 노동력으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노동집약 산업으로 시작하여 자본 및 기술집약 산업으로 전환하는 산업화 모델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아프리카는 외국과 과학기술 관련 파트너십을 강화하여 기술 능력을 키워야 한다.

우리나라가 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과학기술 분야는 
우리나라는 아프리카와 여러 분야의 과학기술 교류 협력이 가능하다. 첫째는 교육 및 연구와 관련된 교류 협력 확대이다. 교육 협력은, 초·중등 교육 교과과정에서 과학, 기술, 공학 및 수학 분야(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에 초점을 두고, 교육의 질적 향상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STEM 교사들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도 협력대상이 된다. 급변하고 있는 과학기술 지식을 위해 교과과정을 개편하여,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STEM 교육의 공유는 아프리카 과학기술 인재 양성으로 이어질 것이다.
 
아프리카에 대학의 설립 및 운영에 대한 협력도 활성화할 수 있다. 학생, 교수진 및 연구원의 교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우리나라의 대학과 공동학위 과정 운영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교류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학술회의, 단기적 교육 훈련프로그램, 세미나, 회의 등을 통한, 지식 교류의 기회를 늘릴 수 있다.
 
두 번째는 아프리카의 과학기술 정책, 지원제도, 관련 연구기관의 설립 및 운영(Institutional Building)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정부는 과학기술을 전담하는 정부 부처가 있으나, 식량안보, 일자리 창출 등 긴급 현안에 밀려, 과학기술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한정된 정부 재정으로 과학기술 분야 재원 마련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상용화와 연계된 연구개발 분야의 협력이다. 우리나라와 아프리카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민관협력(PPP, Public Private Partnership)을 확대하는 것이다. 대학의 연구개발은 기초적인 과학기술을 응용과학으로 연계하도록 산·학·연 협력체계(Industry-Academia Partnership) 구축이 필요하다. 농업 및 농촌개발, 보건의료, 에너지, 산업 분야 등의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및 아프리카 기업 간 교류 확대로 직접투자를 늘리고, 공동으로 R&D를 추진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아프리카의 과학기술협력 확대가, 아프리카의 경제발전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진상 필자 주요 이력

▷영국 글래스고대 경제학 전공 ▷영국 스트래스클라이드대  박사 ▷전 아프리카학회장 ▷전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전 한국뉴욕주립대 교수 ▷현 한국항공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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