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스(SARS)’ 와 2009년 신종플루(H1N1), 그리고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 사태로 많은 경험을 쌓은 한국은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확진자를 확인하는 대로 즉각 접촉자를 추적하고, 격리하고 진단하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했다. 또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진료시스템을 가동시켜 희생자를 최소화 하는 데 전력투구했다.
지난 2월부터 하루 1만건에 달하는 검사를 무료로 진행해 감염자를 찾아내는 방법은 놀랍고 담대한 전략이었다. 한국의 공격적인 검사와 추적, 격리 시스템은 선진국도 배우고 따라하는 기준이 됐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독일은 미국이나 영국, 스페인에 비해서 사망자 수를 현저히 줄일 수 있었다.
정부당국이 자신있게 확진자를 찾아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었던 것은, 감염자를 단시간 내 정확히 찾아 낼 수 있는 진단키트가 개발된 덕분이다. 솔젠트 및 씨젠을 대표로 한 진단키트 개발업체들은 코로나19가 발생하자마자 사안의 중대함을 인식하고 발빠르게 개발하고, 국내는 물론 유럽, 미국 등 각국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해 공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세계적 유전자 분석 기업 EDGC(공동대표 신상철)는 코로나19의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유전적 특성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EDGC의 자회사인 솔젠트는 '한국은 물론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 사용(EUA)을 획득했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긴급사용승인과 수출허가, 그리고 유럽 체외 진단(CE-IVD)승인을 받은 것은 물론 캐나다, 필리핀, 멕시코, 태국, 인도, 대만, 말레이시아 등 수십 개 국가에서 판매 승인을 얻었다’고 밝히고 있다.
코로나19는 잠시만 방심해도 대규모 감염을 가져온다. 효과적인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전 세계는 위험에 처해 있을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감염자를 즉석에서 찾아낼 수 있는 진단 키트는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를 하지 않은 것도 잘한 일이다
우리는 코로나19 발병 초기, 중국인이 많이 모이는 면세점, 백화점이나 식당, 건물, 시장, 조선족 밀집 거주지역을 비 위생의 온상으로 바라봤다. 중국인이나 조선족을 바이러스 확산의 주범으로 단정하고 거부감을 드러내고 그들과의 접촉을 극도로 피하는 분위기도 조성됐다.
중국인 관광객 모두를 중국으로 송환 조치하라고 주장하거나, 중국과의 국경을 폐쇄하고, 중국인의 전면적인 입국 금지를 주장하는 여론이 극에 달하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중국인 전면입국 금지 청원은 100만명에 육박해 정부를 압박했다.
중국은 지리적으로 넓고 14억 넘는 인구를 가진 나라다. 중국을 하나의 나라라고 생각하고 일률적으로 중국 전체에 대해서 규제하는 정책은 합리적이지 않다. 코로나19의 발원 진원지로 지목된 우한이나 후베이성을 거쳐 한국으로 입국하는 외국인의 입국을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것 만으로도 감염을 막는 효과적인 방법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중국인의 전면적 입국 금지를 실시하지 않은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일부 중국인에 대한 혐오 감정 표출은 있었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인내하며 지켜봤다. 중국과의 무역이나 중국에 진출한 우리기업들이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빠른 시간 안에 정상을 찾아 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조치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덕분에 한국은, 중국과의 우호를 해치지 않았고, 중국 정부에게는 체면을 세워줬다.
한국처럼 외국인의 전면 금지 없이도 국외 감염을 효과적으로 차단 할 수 있었던 사례는, 많은 나라들이 국가간 이동을 조기에 푸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한류를 만들어 내는 나라일 뿐만 아니라, 의료 분야에서도 선진국조차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대단한 나라로 각인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베트남은 대구·경북 지역에 코로나19가 집단적으로 발생하자, 한국인의 전면적인 입국 금지를 시행했다. 중국인 입국 금지를 외치던 사람들이 ‘삼성전자의 베트남 현지법인이 그들의 경제에 기여하는 게 얼만데 감히 한국인을 입국 금지시키다니! ’ 라며 불만을 퍼트리는 것을 여러 번 봤다.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내로남불’ 식 위선적인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우리 경제는 중국 뿐만 아니라 세계와 서플라이체인(Supply Chain)으로 견고하게 맺어져 있다. 연결고리에 문제가 생기거나 끊으면 관련 기업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글로벌 무역으로 경제를 이끌어가는 한국은 자유무역과 시장경제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다. 우리가 자국 보호주의나 쇄국정책을 주장하는 것은 실리와 명분을 모두 잃는 일이다.
온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의 철저한 실천은 전 세계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한국의 뛰어난 진단 키트와 IT기술, 그리고 의료인의 헌신적인 희생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중국은 우리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좋은 이웃이다. 근거 없는 혐오와 배척은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 대기업 위주의 한·중 기업인 입국절차 간소화를 넘어, 중소기업인들도 패스트 트랙의 혜택을 신속히 볼 수 있도록 확대해야 한다.
기업인의 자유 왕래로 문제가 발생하면 준비된 매뉴얼대로 해결하면 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전 국민이 공감하고 참여해 실천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현재의 우리 국민을 위대한 국민이라 하여도 조금도 손색이 없다. 모든 국민에게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