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 경제와 혁신 성장을 위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11일부터 다음 달 21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10일 밝혔다. 공정거래법은 지난 2018년 8월 입법예고 후 같은 해 11월 국회에 제출됐으나, 올해 4월 절차 법제 일부만 개정되고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번 전부 개정안은 앞서 제출한 내용과 동일하다. 김재신 공정위 사무처장은 "2018년 말 제출할 당시와 지금 상황이 유효하다고 본다"며 "경제 상황이 조금 어렵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제 질서를 바로잡는 노력을 중단해선 안 된다"고 법안을 그대로 제출하는 배경으로 설명했다.
전부개정안에는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과 하도급과 관련된 법을 위반한 기업을 검찰에 고발할 권리를 공정위가 갖는 것이다. 개정안이 처리되면 누구나 가격 담합과 입찰 담합, 공급 제한, 시장 분할 등 경성담합 행위를 검찰에 고발할 수 있으며, 검찰이 자체 판단으로 수사에 착수할 수도 있다.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도 속도를 낸다. 규제 대상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을 20%로 일원화하고, 이들이 50% 넘게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한다. 올해 5월 1일 지정 기준으로 210개가 규제 대상인데, 기준이 바뀌면 총 591개로 늘어난다.
새롭게 상호출자집단으로 지정되는 집단의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 규제를 신설한다. 신규 지주회사를 대상으로 자·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도 강화한다.
상장회사 기준은 20%에서 30%, 비상장 회사는 40%에서 50%로 각각 바뀐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기준은 현행 10조원에서 국내총생산(GDP)의 0.5%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개편한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힌 대기업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제한적 보유 허용은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공정위가 CVC 확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 처장은 "CVC 허용을 반대해서 이번 개정안에 내용을 담지 않은 것은 아니다"며 "2018년도 개정안을 그대로 다시 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해서 포함하지 않았다"고 했다.
공정위는 8월 말까지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국회에 제출해 9월 정기국회부터 법안을 논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에도 재계는 반발하고 있다.
2018년 당시 재계는 정부의 공정거래법이 '기업 옥죄기'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올해는 코로나19까지 확산하며 경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김 처장은 "입법은 국회의 권한이고 입법부의 몫"이라며 "경제 상황이 더 안 좋아져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을 수 있지만, 정부로서는 여야를 충분히 설득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