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내부적으로 설정한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는 2% 안팎으로 추산된다.
그간의 성장률 추이와 비교하면 기록적인 하락폭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제가 최악의 위기에 빠진 것을 감안하면 그나마 낙관적인 편이다.
코로나19 책임론과 홍콩 문제 등을 놓고 첨예하게 맞서도 중국이 대미 전면전을 선택하기 어려운 이유다.
◆보수적 지표도 달성 어려워
중국은 지난달 28일 폐막한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 중 올해 경제 정책 운용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1분기 성장률 -6.8%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 든 중국은 공세적인 재정 정책을 예고했다.
정부 차원에서 추가 투입키로 한 자금의 총량은 14조 위안(약 2409조원) 수준이다.
우선 전입금과 이월금을 제외한 예산 수입과 지출 간 차액이 6조7580억 위안이다. 재정 지출로 이만큼 더 푼다는 얘기다.
여기에 방역 특별국채 1조 위안, 지방정부 특수목적채권 3조7500억 위안, 감세 및 각종 비용 인하 규모 2조5000억 위안을 더해야 한다.
재정부 산하 중국재정과학연구원의 류상시(劉尙希) 원장은 신화통신과 중국신문주간 등에 "국가 예산의 확장 규모가 14조 위안에 달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반공공예산의 수입과 지출 격차가 7조 위안 가까이 벌어진 것도 일반적이지 않은 예산 배분"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경기 부양 의지가 확고하다는 뜻이다.
돈을 쓸 곳도 짐작이 간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달 22일 정부업무보고 때 '양신일중(兩新一重)'을 재정 지출의 중점 항목으로 꼽았다.
5G 등 신(新)형 인프라 건설, 빈민촌 개조 등 신(新)형 도시화 건설, 교통 등 중(重)대한 프로젝트 건설 등이다.
단기간 내에 부양 효과가 나타나고 고용 창출에도 도움이 되는 대형 토목·인프라 사업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성장률 목표치가 2% 안팎이다. 류 원장은 "정부가 설정한 적자율로 추산한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4%, 실질 GDP 성장률은 2% 정도"라고 분석했다.
실질 GDP의 증가폭이 곧 경제 성장률인데, 명목 GDP와 달리 가격 변동분을 제거하고 계산한다. 명목 GDP 성장률과 실질 GDP 성장률의 차이가 크다는 건 가계의 물가 부담, 기업의 원가 부담이 커지는 걸 의미한다.
중국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전년보다 0.5%포인트 오른 3.5%로 제시했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고통은 더 클 수 있다.
2%의 성장률로 도시지역 신규 취업자 수 목표치 900만명 이상을 달성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지난해 성장률 1%포인트당 일자리 창출 규모는 220만명 정도였다.
리 총리는 양회 폐막 기자회견에서 "올해 도시지역 신규 취업자 목표치는 확실히 지난해(1325만명)보다 낮다"며 "이 목표를 실현하려면 일정 수준의 경제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극단적 대치 지속할까
각종 경제 지표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책정하며 위기 극복에 주력 중인 중국 입장에서 최대 위험 요인은 미·중 갈등 격화다.
올 초 1단계 무역협상 타결로 큰 고비를 넘기나 싶었던 미·중 관계는 코로나19 발생으로 다시 엉망이 됐다.
코로나19의 최대 피해국이 된 미국 내 반중 정서는 심각한 수준이다. 11월 재선 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정치적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양회를 계기로 '홍콩 보안법' 제정을 강행키로 하면서 양국 관계가 단기간 내에 회복되기는 어려워졌다.
미국은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 화웨이 등 정보기술(IT) 기업 제재,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제한, 금융 규제 강화 등의 조치를 진행 중이다.
경제 회생에 매진해야 할 중국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사안들이다.
중국은 "미국의 공격에 맞설 모든 준비가 돼 있다"며 항전 의지를 내비치지만 미국의 공세 수위에 따라 맞춤형 대응에 나서는 기존의 전략을 되풀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환율 전쟁 등 극단적 보복에 나설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실제로 1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던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다시 횡보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미·중 갈등이 각각의 우방까지 끌어들이는 진영 대 진영 싸움으로 번진다면 국제 사회와 글로벌 경제가 곤혹스러워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