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중국 지도부가 올해 코로나19로 최악의 경제 위기를 맞은 가운데, 일자리 창출과 민생 안정을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이란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올해 리커창 총리의 정부 업무보고 분량은 약 1만자로 역대 가장 짧은 업무보고로 기록됐다. 과거 정부 업무보고 분량은 1만5000자 이상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원래 3월초 열리던 양회가 5월 말로 연기되면서 사실상 남은 한 해가 7개월 밖에 남지 않은 데 따른 영향이 크다.
짤막한 업무보고에서도 리 총리가 주로 언급한 단어 횟수를 통해서도 중국 지도부가 올 한해 국정 운영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리커창 총리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는 대신, "고용 안정과 민생 보장을 우선 순위에 두고 빈곤과의 전쟁에서 결연히 승리해 샤오캉(小康,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정부 사회의 전면적 건설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정부 업무보고에서 취업과 민생 언급 횟수는 각각 39차례, 21차례였다. 이는 약 8년래 최다 횟수로 언급된 것이라고 중국 남방도시보는 보도했다.
정부 업무보고는 "갖가지 방법으로 취업을 확대하고 안정시켜야 한다", "중점 영역, 중점 계층의 취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문제는 코로나19 충격 속 중국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문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회복하지 못해 고용시장이 침체된다면 사회 불안감이 높아지고, 민심이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리커창 총리는 앞서 “주민 취업 보장의 첫 번째 목표는 민생을 보장하기 위함이라고 언급하며 취업을 통한 민심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자리를 늘려야 주민들이 빈곤의 삶에서 벗어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 충격 속 고용시장 전망은 암울하다. 올해 중국의 대학 졸업생은 874만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제조업 및 서비스업 침체로 농민공 일자리도 많이 사라졌다. 중국의 도시 실업률은 지난 2월 사상 최고치인 6.2%까지 뛰었다가 3월 5.9%로 소폭 하락했지만 지난 4월 다시 6%로 올라갔다. 영국 경제분석업체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은 중국의 올해 실업률이 10%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 지난해 109차례 언급된 개혁···올해는 달랑 28차례
올해 정부 업무보고에서 개혁은 28차례 언급됐다. 지난해 무려 109차례 언급된 것과 비교된다. 개방도 10차례 언급됐을 뿐이다.
반면 발전(71차례)은 올해 최다 언급된 단어였다. 전염병은 올해 처음 언급됐는데, 언급 횟수만 31차례에 달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 속 중국이 개혁, 개방보다는 발전에 더 치중할 것이란 의미로 읽힌다. 정부 업무보고는 “새 성장동력 발전”, “국제 전자상거래 등 신흥산업과 공유경제, 플랫폼경제 발전” 등을 강조했다.
'보장(保)'도 85차례 언급됐다. 특히 정부 업무보고에서 강조한 건 여섯가지 보장, 즉 육보(六保) 목표다. '육보' 목표엔 주민 취업, 기본 민생, 시장주체(기업), 식량·에너지 안보, 산업 사슬 안정, 기층 조직 운영이 포함됐다. 리커창 총리는 "'육보'라는 마지노선을 사수해 경제 펀더멘털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안정(穩)'이라는 단어도 41차례 언급됐다.
이밖에 소비와 투자는 각각 15차례, 12차례씩 언급됐다. 코로나19 경기 충격 속 내수 소비시장을 확대하고 신형 인프라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의지가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