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미·중 격돌, ‘포스트 코로나’ 변수(變數) 아닌 상수(常數)

2020-05-2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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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화살 시위 당겨, 미국의 전례 없는 ‘중국 때리기’ 파상공세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미·중 충돌이 다시 점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진원지를 두고 시작이 된 것 같지만 이는 표면적 구실에 불과하다. 둘 중에 누가 먼저 불을 지폈는지 명확하진 않지만, 어차피 터질 것이 다시 터진 것이다. 지난 1월 중순에 18개월간 끌어온 무역전쟁에 휴전했지만 언제 재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는 것이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이에는 양강의 리더인 트럼프와 시진핑의 정치적 셈법에 더하여 양국이 처한 현실에서 누군가가 완전한 백기를 들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 치킨게임이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미국에는 대선이 있고, 트럼프의 재선이 걸려 있기도 하다. 종신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3기 집권(15년) 이상을 노리는 시진핑에게도 정치적 입지 강화는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다.

여기에는 미국과 중국의 복잡한 계산식이 총동원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단기전을 노린다. 지금 중국의 기세를 단번에 꺾어 놓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중국에 밀릴 수 있는 판세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두려워한다. 반면 중국은 지구전(持久戰)을 선호한다. 미국의 공세를 치고받으면서 고비만 잘 넘기면 시간은 중국 편이라고 본다. 둘 다 상대의 계산을 간파하고 있으면서도 정치 혹은 경제적 상황에 따라 밀고 당기기를 거듭한다. 이렇게 본다면 초조한 쪽은 오히려 미국이다. 하지만 이에서 비롯되고 있는 파상적인 공세는 중국에도 여간 괴로운 것이 아니다. 양국 혹은 양자 간의 칼끝이 이미 루비콘강을 넘어섰다는 진단이 전혀 틀리지 않는다.

냉정하게 판단해 보면 이번 화살 시위는 중국이 먼저 당겼다. 코로나 매를 먼저 맞고 정신을 차린 중국이 다시 공세를 하고 나온 것이다. 아직 팬데믹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중국이 미국의 비위를 거스르는 행동을 계속했다. 미국의 위기가 중국에는 기회라는 점에서 글로벌 경제나 코로나 방역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저의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수년간 톡톡히 재미를 봤던 반사이익의 재판을 노린 것이다. 이에 미국이 발끈, 코로나 진원지를 두고 중국에 책임을 전가하면서 충돌의 판세가 커지고 있다. 지난 2년간의 충돌 구도보다 훨씬 강도가 높은 신(新)냉전의 서막이라고 불릴 정도로 판세가 점입가경으로 확대되고 있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다.

5〜10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 상당한 유리한 국면으로 전개되는 듯했다. 미국이 자국 위기 수습에 급급한 나머지 중국의 파상공세에 손을 댈 수 있는 여력이 부족했다. 당시 오바마 정권의 상대적으로 느슨한 대중(對中) 정책도 중국에 힘을 실어준 꼴이 되었다. 그러나 트럼프 집권 이후 상황이 확연히 반전되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 미국 경제가 수습 국면에 들어간 측면도 있지만, 1기 집권에 성공한 트럼프와 그 사단들의 반중(反中) 정서가 양자 간의 충돌을 계속 에스컬레이터 시키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 위기가 내부보다는 외부, 특히 중국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중국의 굴기(崛起)를 여기서 멈추게 하지 않으면 미국의 몰락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역력하다.

판단력과 선제 대응 능력에 따라 위기에서 사는 자와 죽은 자의 명암 확연해질 듯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시기가 2030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예상이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시진핑 정권도 자신들이 내세우고 있는 두 개의 백 년 완성 시점인 2050년(1949년 중국 건국연도 시점 이후 100년)으로 미루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기도 한다. 중국 경제의 현상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점과 미국을 비롯한 서구 진영의 중국에 대한 경계감이 확대일로에 있는 것도 중국을 당황케 하고 있다. 패권 야욕이 성급했다는 내·외부 평가마저 나온다. 두 개의 세력이 충돌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한쪽이 거두어들이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다만 미국의 공세를 교묘하게 피하기 위한 중국의 술수가 통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중국이 당긴 코로나발(發) 공세가 걷잡을 수 없이 확전되고 있다. 중국의 전선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트럼프는 코로나나 생겨난 대선 가도의 적신호를 만회하기 위해 더 밀어붙일 태세다. 대만은 미국에 더 밀착하고 있고, 홍콩 보안법 제정과 관련 홍콩 내부는 물론이고 미국의 압박까지 거세다. 이참에 미국이 들고나온 ‘경제번영 네트워크(EPN: Economic Prosperity Network)’는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겠다는 전략이다. 탈(脫)세계화(Deglobalization)와 탈(脫)동조화(Decoupling)를 중국 고립화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를 연결하는 ‘푸른 점 네트워크(Blue Dot Network)’로 중국을 포위하겠다는 것이 중국을 매우 당혹게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미국이나 중국 중 누구에게 유리한 국면을 안겨줄 것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양자 간의 문제에서 벗어나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나 기업들이 어느 줄에 서야 하는지를 두고도 당분간 혼선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트 코로나 경제 회복과 시장 선점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경제 주체들에게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트럼프 재선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변수가 아닌 상수로 정착될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지루한 싸움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며, 주변국에 대한 당근과 채찍을 계속 던질 것이다. 문제는 이를 읽는 판단력과 선제 대응 능력에 따라 이 위기에서 살아남는 자와 죽는 자가 가려질 것이라는 점이다. 포스트 코로나는 이처럼 난마처럼 더 얽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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