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리얼리즘 만화의 자존심 이희재 작가가 혼신의 힘을 쏟아 ‘사기’의 명장면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신간 ‘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 1·2’(휴머니스트)는 ‘사기’의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이 책은 ‘사기’의 백미인 ‘열전’을 중심으로 ‘본기’와 ‘세가’를 통해 열전만으로는 놓치기 쉬운 중국사의 맥락을 짚어준다.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만화의 장점을 살려 인물의 심리와 사건의 전개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요순 임금, 하나라 우왕, 은나라 주왕, 강태공, 주나라 무왕과 문왕, 백이와 숙제, 관중과 포숙, 제나라 안자까지 다채로운 인물들이 3000년 전의 중국으로 독자를 이끈다.
2권 ‘춘추시대‘에서는 수많은 제후국이 나고 지며, 다섯 패자가 힘을 겨루었던 춘추시대의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특히 복수의 대명사 오자서를 중심으로 초나라에서 오나라와 월나라로 이어지며 기나긴 복수극이 펼쳐지는 춘추시대 가장 드라마틱한 역사의 현장을 누빈다. 더불어 사마양저와 손자 같은 병법 가, 노자·장자·공자 등 제자백가 시대를 열어갈 인물들도 등장한다.
총 7권으로 계획되어 있는 ‘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는 2021년 완간 예정이다. 본기, 세가, 열전, 표, 서 등 책 130권으로 이뤄진 고전 ‘사기’를 쉽고 재미있게 전한다.
이 작가는 책을 통해 “‘사기’는 인간사가 생생하게 그려지는 미시사이면서 고대 중국 3000년의 거대 역사였다”며 “사마천의 고역에 천분의 일도 미치지 못하지만, 그가 그린 인물들을 끌어내 오늘의 세상과 대면하게 하는 현재형 ‘사기’를 그리는 일에 내 60대를 쏟아 부었다”고 적었다.
스무살 무렵에 만화 판에 들어와 십여년의 습작기를 보내다가 1981년에 ‘명인’과 ‘억새’를 발표한 이 작가는 어린이 만화 ‘악동이’ 산업화 과정의 도시 주변부 사람들의 삶을 ‘간판스타’를 비롯해 ‘한국의 역사’,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저 하늘에도 슬픔이’, ‘이희재 삼국지’ 등을 그렸다.
그는 ‘나 어릴 적에’로 2000년 대한민국출판만화대상, ‘아이코 악동이’로 2008년 부천만화대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