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동양대 교수 측이 2009년 5월 15일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가 주최한 ‘동북아시아의 사형제도 국제학술대회(세미나)’에 참여했는지 여부를 증명하기 위해 '왼손 볼펜잡는 습관'을 감정대상에 추가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속행 공판에서 변호인 측은 이같은 사안을 심리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세미나 과정이 전반적으로 녹화된 영상에 나오는 여학생이 정 교수의 딸 조민씨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조씨가 다니는 한영외고 교복은 '줄무늬'였지만 영상 속에 나온 여학생은 '하얀색 셔츠'를 입고 있다는 이유다.
또 같은 날 재판에 나왔던 조씨의 어린시절 친구 박모씨는 "왼손으로 펜을 잡는 독특한 습관을 봤을 때 조민이 맞는 것 같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후 재판에 출석한 서울대 소속 김모씨(당시 공익인권법센터 사무처장)도 "세미나에 참석한 조씨가 이름까지 정확하게 말했는지는 기억 나지 않지만, 조국 교수의 딸이라고 명확히 설명하고 인사했다"고 증언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세미나에 참석했던 백태웅 하와이대 교수도 SNS를 통해 조씨를 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그날 행사장에서 조민 양을 처음으로 만나 인사를 나누고, 한영외고에 다닌다는 얘기도 듣고 기특하다고 칭찬을 해준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날(21일) 재판에는 정 교수 측이 제출한 딸의 사진들을 두고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진 중에는 2007년 조씨가 고등학교 1학년일 당시 촬영된 사진이 포함됐는데 '사진 속에는 염색을 한 친구도 있고 소주를 마시는 사람도 있어 고1 때 사진이 아닌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변호인 측이 촬영시점을 명확하게 확인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한편 이날 변호인단은 재판부와 검찰이 정 교수 측에 증거물을 제출하라거나 석명을 하라고 잇따라 요구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형사소송은 원칙적으로 검찰이 범죄의 존재를 입증해야 하는데, 재판부와 검찰의 석명요구가 이어지면서 마치 피고인 측이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도 동양대 강사휴게실PC에서 정 교수의 개인적 파일이 발견된 이유를 두고 재판부와 검찰이 정 교수의 기억이 정확하지 않는 부분을 두고 추궁하는 양상이 벌어졌다.
이에 변호인 측은 "형사소송은 검찰이 유죄를 입증하는 것이 기본"이라면서 "(변호인 측의 증거 혹은 주장에) 합리적 의심이 제기된다면 검찰에서 배제할 수 있는 증거를 내면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