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불구속 수사원칙과 증거인멸에 따른 구속사유… 배치되는 '형사소송법 법리해석'

2020-05-21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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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기소 방침 이견 없지만 '불구속·구속' 엇갈려

음주운전 상태서 단독사고 낸 현직 경찰관 조사과정 진술 의혹

검찰, 증거인멸 시도 추가 수사로 확인

현재 시행되고 있는 형사소송법상 사건 처리에 있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표방하고 있다. 사법기관인 법원의 판결 이전에 혐의가 있는 피의자가 수사의 대상으로 조사를 받더라도 불구속 상태에서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구속 상태서 수사를 받는 경우는 형사소송법 제70조에 따라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피의자가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없앨 가능성이 높을 때, 불구속 수사상태서 도망가거나, 도망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는 구속할 수 있다.

충남 공주경찰서 한 직원이 지난 2월 20일 밤 11시 30분 께 공주시 신관동 지방도로에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경찰 추적결과 이 직원은 음주상태서 운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경찰은 동료 직원의 음주운전 행위를 조사하고,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해도 가능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경찰의 음주사고 사건을 경찰이 조사하고, 기소의견으로 사건화시켰다는 점이다.

사고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이 아닌, 사고 직후 도주한 상태서 경찰이 운전자의 동선을 추적하던 중 공주경찰서 소속 경찰관이었고, 음주상태였다는 사실까지 밝혀냈다. 동료 직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조사를 마치고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것이다.

국민적 비난여론이 클 것으로 예상됐지만 경찰은 원칙적으로 사건을 처리했고, 경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을 위한 '이른바' 식구의 환부를 도려낸 것으로 해석됐다.

특히, 이 직원은 경찰 조사에서 "교통사고를 일으킨 뒤에 술을 마신 후 병원에 갔다"고 진술하면서 음주운전 사실을 부인했지만 경찰은 이를 수상히 여겼다. 직원의 진술대로라면 운전하다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박는 사고를 일으켰고, 차량을 버리고 사고현장을 벗어난 뒤, 술을 마신 후 치료를 위해 병원을 갔다는 얘기가 된다. 상식적으로 사건의 재구성이 매끄럽지 못하다.

따라서 경찰도 이 직원의 진술을 바탕으로 이 사건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보인다. 적용된 혐의는 도로교통법 위반이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경찰의 불구속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 직원을 최근 구속했다. 불구속이 아닌 구속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이 구속한 사유는 사고를 낸 직후, 차량을 버리고 도주했고, 술을 마셨다는 진술을 하는 등 진실이 없는 진술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데 증거인멸의 우려를 예상한 것으로 읽힌다.

게다가, 검찰이 추가 조사를 벌이면서 이 직원이 술을 마셨던 업소 주인에게 자신의 음주장면이 녹화된 폐쇄회로(CC)TV를 초기화시킬 것을 시도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증거인멸로 판단한 것이다.

형사소송법상 경찰이 선택한 불구속 수사원칙과 검찰이 선택한 증거인멸 우려에 따른 구속사유가 배치되면서 법리적 해석 차이가 분분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을 앞두고 일어나는 '신경전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불구속 기소 의견을 낸 경찰은 "음주운전이라 할지라도 공작물 파손이나 단독사고의 사건을 구속까지 하는 것은 불구속 수사원칙에 반하는 집행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구속한 검찰은 "증거인멸을 시도했던 사실이 드러나 사안이 엄중하다고 판단돼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구속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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