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세계보건기구(WHO) 최고 의결기관인 세계보건총회(World Health Assembly·WHA)에서 ‘영상 기조연설’ 을 통해 “위기 앞에서 인류는 각자 도생이 아니라 ‘연대와 협력’을 선택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국제사회가 ‘모두를 위한 자유’의 가치를 더욱 굳게 공유한다면, 우리는 지금의 위기극복을 앞당기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희망을 더 크게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인도적 지원 확대를 통한 방역 경험 공유 △국경을 넘은 협력 △WHO 국제보건규칙 등 관련 규범 정비 등 세 가지를 제안했다. 그러면서 WHO와의 적극 협력을 약속했다.
WHA 기조연설은 2004년 5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자격으로 한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현직 대통령이 연설하는 것은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이번 기조연설은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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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도전과 위기의 순간, 한국 국민들은 담대한 선택을 했다”면서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유’를 ‘모두를 위한 자유’로 확장시켰다”고 자평했다.
문 대통령은 “‘이웃’을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위험한 대상으로 여기고, 봉쇄하고 차단하는 대신 ‘나’의 안전을 위해 ‘이웃’의 안전을 먼저 지켰다”면서 “자유롭게 이동하고 경제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전국 단위의 총선거에서는 엄격한 방역 절차에도 불구하고 2900만명이 넘는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했다”면서 “평상시보다 더욱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면서도 한 명의 감염자 없이 ‘민주주의의 축제’를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높은 시민의식으로 ‘모두를 위한 자유’의 정신을 실천하며 방역의 주체가 돼 준 국민들 덕분에 ‘개방성, 투명성, 민주성’의 3대 원칙이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면서 “정부도 신속하고 광범위한 진단 검사와 창의적인 방식으로 국민의 노력을 뒷받침했다”고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한국이 코로나에 아직 완전히 승리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해 일상과 방역이 공존하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도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협력하는 힘은 바이러스가 갖지 못한 인류만의 힘”이라며 “코로나는 인류 공동의 가치인 ‘자유의 정신’까지 위협하지만, ‘자유의 정신’에 기반한 ‘연대와 협력’이야말로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보건 취약 국가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고, 방역 경험을 공유해나가야 한다”면서 “모두가 코로나에서 자유로워질 때까지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도록’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올해 총 1억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또 “백신과 치료제는 인류를 위한 공공재로서 전 세계에 공평하게 보급돼야 할 것”이라며 “한국은 세계 백신 면역 연합, 글로벌 펀드, 국제 의약품 구매기구, 국제 백신 연구소에 공여국으로 참여하고 있고 올해부터 감염병 혁신 연합에도 기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는 언제라도 올 수 있는 신종 감염병 위기에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감염병 관련 정보를 국가 간에 더욱 투명하게 공개하고, 조기 경보 시스템과 협력체계를 공동으로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