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현 한국디자인진흥원 원장 “모든 사람 위한 ‘포용 디자인’ 꿈꾸죠”

2020-05-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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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주년 맞이한 한국디자인진흥원...사회 문제 해결 돕는 ‘포용 디자인’ 집중

중국·베트남, 디자인센터 운영...‘아시아디자인나눔협의회’ 10주년 맞아

지난 12일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인터뷰 중인 윤주현 원장 [사진=한국디자인진흥원 제공]


“오스트리아 출신 디자이너 고(故) 빅터 파파넥은 1960년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버려진 캔과 쓰레기 연소로 인한 동력을 이용해 ‘깡통라디오’를 만들어 보급했죠. 화산폭발로 인한 원주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라디오가 필요했거든요. 모두를 위한 ‘포용 디자인’의 시초라고 생각해요.”

한 권의 책처럼 디자인 하나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디자인이 가진 힘을 잘 알고 있는 윤주현 한국디자인진흥원 원장은 같은 꿈을 꾸며 이를 하나씩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1970년 5월 19일 설립된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지난 12일 한국디자인진흥원(경기 성남)에서 만난 윤 원장은 “50주년을 맞아 ‘발전을 위한 혁신’에서 한발 더 나아가 포용 디자인을 통해 국민 삶의 질 향상과 함께 한 사람도 소외시키지 않는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으로 나아가려 한다”고 전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술 발전 못지않게 중요하게 강조되는 것이 사람이다. 기술이 발전해 생활이 편리해지는 만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원장은 “인간이 차가운 기술을 따뜻하게 쓸 수 있도록 돕는 게 디자인”이라며 “디자인은 인간과 기술을 연결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중시해 인간 개개인을 돌아보는 데 다소 소홀했던 면이 있었다. 앞으로는 기능성뿐만 아니라 자연 친화성과 지속 가능성, 노인 배려 등 환경·사회적 문제들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 디자인은 전방위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디자인은 그리고 만드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윤 원장은 “생각하는 것을 구체화하는 것이 디자인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게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이 사회 속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면 디자이너가 투입돼 문제 해결을 돕는 ‘국민디자인단’을 행정안전부와 같이 운영했다”며 “세계 3대 디자인상인 독일 iF디자인어워드 서비스 디자인 부문에서 최고상을 수상했다”고 소개했다. 2019년에는 ‘성범죄예방 미투게더 서비스’가 iF디자인어워드 서비스디자인 부문에서 본상을 받았다.

국제적으로 인정 받는 한국의 디자인은 세계 6~7위 수준이라고 윤 원장은 소개했다. 위상에 걸맞은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이 중요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은 2011년 ‘아시아디자인나눔협의회’를 설립했다. 초기에는 한국과 함께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의 디자인 유관기관들이 참여했고, 이후 태국과 인도네시아 기관이 합류했다. 현재 베트남무역진흥청을 비롯한 6개국 8개 기관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올해는 의미 있는 10주년을 맞아 한국에서 ‘아시아디자인나눔협의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중국과 베트남에 한국 디자인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은 2013년 중국 베이징, 2015년 이우, 2019년 광동성 순더에 ‘한국디자인비즈센터’를 열었다. 2018년부터는 베트남무역진흥청과 함께 하노이에 ‘한베디자인센터’를 공동으로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호찌민에 추가로 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디자인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해외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윤 원장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 교육이다. 중국과 베트남에 진출해 디자인 교육부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장에서 ‘혼자 해외에 나가기 어렵다’는 의견을 가장 많이 주셨다. 그래서 디자인센터에 공유 오피스를 마련했다”며 “제품을 잘 만들어도 홍보에 신경을 못 쓰는 경우가 많았다. 해외 전시회에 기업과 함께 나갔고 통역사와 전문 협상가를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진출에 수년간 공을 들여온 한국디자인진흥원은 2020년 디자인 수출 목표를 950억원으로 잡았다. 이를 위해 디자인 분야에서도 한류는 반드시 필요하다.

윤 원장은 “지역적인 것, 한국적인 것이 바로 세계적인 것이다. 한국에 왔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없다면,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오지 않을 것”이라며 “한 예로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파는 빈대떡 등 음식 문화를 알리기 위해 디자인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한국디자인진흥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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