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스페셜 칼럼] 탈(脫)중국화에 대응한 리쇼어링의 조건은?

2020-05-1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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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교수]

 

진정 세계화의 종말, 역글로벌화의 시작인가?

코로나19 이후 미·중 간의 무역전쟁이 반도체전쟁, 금융전쟁, 탈중국화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 정치권과 언론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검토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차고 넘친다.

미국의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공급차질로 두개 이상의 공급망 확보, 생산시설의 본국 귀환, 리쇼어링 붐이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글로벌화보다는 지역내 제품 완성의 로컬라이제이션이 더 의미 있고 글로벌 공급체인보다는 소비지에 가까운 조립이 일반화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결국 아시아의 생산기지를 미국과 유럽으로 다시 옮겨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표심에 목숨 거는 미국 정치인들의 말, 시류에 영합하는 미디어의 조류를 액면대로 믿으면 안된다. 통상적으로 전염병은 후진국병이지만 이번 코로나19로 보면 실제로는 선진국이 더 문제였다 이번 사태에서 보면 전염병은 도시화율이 높고 교통운송이 발달한 지역이 더 심각했다.

재난이 발생하면 사회와 국가의 취약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코로나19의 충격을 보면 중국, 한국, 대만, 싱가포르, 동남아를 포함한 아시아는 유럽, 미국, 남미보다 더 빨리 끝났다. 전염병 발병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안전이 문제가 된다면 기업의 선택은 유럽, 미국, 남미에서 공장 빼서 아시아로 생산기지를 더 옮기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세계화, 역글로벌화의 진짜 주인공은 기업이다. 요즘 언론에서 중구난방 얘기하는 “세계화의 종말”, “역글로벌화의 시작”, 정작 기업의 선택은 무엇일까? 아시아가 아닌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까?
 

역글로벌화 선택은 정치가 아니라 기업이 결정한다.

1인당 소득 6만8000달러의 나라 미국에서 전통3교대 산업을 내재화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잘먹과 잘사는 것은 미국은 정보기술의 헤게모니와 금융에서 달러패권이라는 두 장의 카드로 세계경제를 주물렀기 때문이다. 정보기술의 헤게모니를 이용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기지로 아시아와 신흥국을 이용해 떼돈을 번 것이다. 미국 시가총액 2위인 애플은 스마트폰을 미국이 아니라 중국에서 만든다.

코로나19의 충격에 애플이 탈중국화 해서 아이폰을 중국에서 안 만들고 미국 가서 만들까? 가봐야 베트남 아니면 인도다. 정치적, 원가측면의 이유에서 탈중국화는 가능하지만 가봐야 다시 아시아 다른 나라다. 탈중국화의 수혜를 더 조립원가가 싼 인접국이 볼 수는 있지만 이미 선진국에서 30-40년 전에 집 나간 철강, 화학, 자동차, 조선, 기계, 가전 등은 다시 본국으로 돌아 가기 어렵다.

법인세 낮추고 공장이전비용 지원한다고 돌아 갈수 있는가? 숙련공이 없고 인건비가 아시아의 수십배가 넘는데 전통제조업이 다시 선진국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돌아가는 순간부터 매년 기업의 이익은 쪼그라들게 뻔한데 이익을 먹고사는 기업이 돌아 갈수 있는가?

선진국에서 집 나간 선진국 제조업, 아시아로 떠나면서 부품,소재,장비기업들을 다 데리고 같이 떠났다. 저스트인타임 모형의 실현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덕분에 아시아는 거대한 산업 생태계를 갖추었고, 기술만 미국에서 오면 최적의 생산시스템으로, 최저 원가로, 최단기에, 최대 규모의 납품을 하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선진국으로 역글로벌화, 리쇼어링, 말은 좋지만 이 거대한 생태계에서 벗어나는 순간 세계의 원가 경쟁에서 바로 탈락이다. 이익을 먹고 사는 기업, 주주이익의 극대화가 목숨줄인 기업의 월급쟁이 CEO가 자리가 당장 날아가는데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제조업 “디지털 르네상스” 빨리 만드는 나라가 돼야?

글로벌 공급망은 하루아침에 구축된 게 아니다. 적어도 산업의 수명주기 30년 이상의 긴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것인데 이것을 깨고 단박에 이전할 수 있을까? 글로벌기업도 잘 갖추어진 공급망과 가성비의 생태계에서 벗어 나면 바로 도태된다. 초원의 사자에게 건강식이라고 풀 먹으러 오라고 손짓하고, 소에게 고기 준다고 유혹한들 소떼가 올까?

각국에서 코로나19와의 전쟁이 발생했다. 전쟁에서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보장 못하면 신뢰를 잃고 지도자가 위험해진다. 그러면 전쟁은 국가를 변화시키고 그 과정에서 포퓰리즘이 난무한다. 강한 국가권력을 원한다는 국가주의를 선동하고 이를 계기로 정부 거버넌스도 바꾸려고 시도한다. 그리고 기업을 활용해 떨어진 지지율을 올리는 시도도 한다.

탈중국 하는 기업의 리쇼어링을 불러 오려면 중요한 것은 딱 한가지다. 기업의 입장에서 돈이 돼야 온다. 방법은 첫째, 스마트 팩토리, 로봇시스템으로 중국, 동남아 인건비 보다 싼 조립비용을 제공하면 된다. 둘째, 법인세를 두 자릿수 깎아 주면 된다. 셋째 공장이전비용 국가가 부담하면 된다.

그러면 오지말라고 해도 줄 서 온다. 결국 각국이 호들갑 떠는 역글로벌화, 리쇼어링은 기업이 리쇼어링 해서 가성비를 맞출 수 있는 세밀하고 정교한 디지털시스템이 있느냐에서 결판 난다.

그래서 역글로벌화는 “디지털 투자 붐”을 만들고 “제조업 디지털 르네상스”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기업은 역글로벌화로 모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인프라 컨버전스가 빨리 이루어진 나라로 이전한다. 각국의 리쇼어링, 기업 유치전쟁은 실업대란을 구해야 한다는 애국심마케팅이나 안 들어오면 세금 때리겠다는 트럼프식 공포감 마케팅이 아니라 디지털마케팅에서 결판난다.

누가 더 효율적인 도시인프라, 효율적인 공장 인프라를 제공하느냐 하는 인프라 싸움이고, 이는 결국 빅 데이터를 이용한 플랫폼의 싸움이다. 지금까지는 제조강국이었을지 모르지만 이 싸움에서 뒤진 나라는 이번 코로나 19이후 사그라질 수도 있다.

한국은 어디에 설까? 지금까지 해온 4차산업혁명 논의처럼 호텔에서 밥 먹고 토론회나 세미나만 열심히 하고 액션은 없는, NATO(No Action Talking Only)”만 한다면 코로나19가 만들어준 대기회를 발로 차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역글로벌화”, “탈세계화”, ”탈중국화” 대응전략, 실무경험 없는 정치인들, 교수들 모아 놓고 추상적인 토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액션을 해야 하는 기업에게 진지하게 물어보고, 기업의 입장에서 지원하고, 엮어주고, 풀어주고, 밀어줘야 훌륭한 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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