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도입 놓고 당정청 ‘엇박자’…대한의사協 “의사들에 비수 꽂는 행위”

2020-05-1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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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속도조절…기재부 “본격 검토”

최대집 회장 “본래 진료 목적 훼손”

청와대발(發) 원격의료 도입 문제가 당·정·청 엇박자 속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는 14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건 아니다’라며 속도조절에 나섰으나, 기획재정부는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대한의사협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료에 애를 쓰고 있는 의사들의 등에 비수를 꽂는 행위”라고 강력 반발했다.

원격진료 도입 논란은 전날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이 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 대상 강연에서 원격의료 검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김 수석은 논란이 커지자,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 때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한시적으로 허용한 전화 상담 진료가 17만건 정도 나왔으니 자세히 분석해 장단점을 따져보겠다”고 부연했다.

원격의료는 통신을 이용해 의료 정보와 의료 서비스를 전달하는 진료 및 처방을 뜻한다. 그동안 의료계에서 강력히 반대해 온 사안이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진료가 활용되면서 원격의료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원격의료는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에 비대면 산업이 포함돼 있는 상태다.

과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으나, 의료계와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의 적극적인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김 수석이 코로나19 때문에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한 분에 대해 비대면 의료를 했더니 성과가 있다고 이야기했던 것인데, 이는 원격의료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과는 별도의 이야기”라고 밝혔다고 박성준 원내대변인이 기자들에게 전했다. 이어 “원격의료보다는 비대면 의료라는 용어를 쓰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기자들과 만나 원격의료에 대해 “구체적인 정책으로 추진하거나 (당정이) 협의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역시 산업적인 측면이 아니라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공공 보건·의료 서비스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3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 중대본)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그동안 밝혔던 원격의료 도입과 관련한 입장이 김 수석의 발언과 방향성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기재부도 비대면 의료(원격의료) 도입에 적극 검토가 필요하다는 기본 입장을 지속적으로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김 차관은 지난 7일 2차 경제 중대본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한 “한국판 뉴딜의 비대면 서비스 육성 계획이 원격의료 제도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 차관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시행한 한시 조치들은 비대면 의료의 필요성을 보여준 사례”라며 “다만, 본격적인 비대면 의료를 위해서는 의료법 개정 등이 필요하므로 21대 국회에서 활발한 논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원래 민주당은 의사협회와 같은 입장이었는데 하루아침에 기조를 뒤집어엎었다”면서 “산업, 경제, 일자리라는 목적을 원격진료에 대입한다면 본래 진료의 목적이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특히 의료진들이 희생을 하고 있는 코로나 시국에서 대면진료를 늘려도 시원치 않을 판에 갑자기 원격의료 카드를 꺼낸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인 혁신포럼 '포스트코로나 전망과 문재인 정부 과제'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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