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점심은 집에 있던 빵과 사과. 화요일 점심은 어제 먹고 남은 어묵볶음···금요일 점심은 직접 키운 상추를 반찬과 곁들여 먹는다. 아 참, 양말은 다이소에서 산 1000원짜리 발목 양말이다."
광화문 직장인 '강과장'의 지출을 엿볼 수 있는 이 영상의 조회수는 14일 기준 100만 번에 달한다.
번잡한 곁가지를 면도날로 모두 잘라 버리라고 말하는 오컴의 면도날 법칙처럼 불필요한 소비를 과감히 '절단'해 돈과 에너지를 '절약'하는 미니멀리스트들의 일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버 강과장도 본인을 미니멀리스트로 칭하고 있다.
미니멀리스트는 '최소한의 소유' 토대 위에서 최대의 효과를 이루려는 이들을 말한다. 이 철학을 실천하고 있는 유튜버들은 '적은 것이 많은 것'이라는 역설적인 문장을 몸소 보여준다. 삼계탕 대신 '닭가슴살' 통조림으로 복날을 보내는 강과장은 적금으로만 2억원을 모았다.
경쟁과 물질주의 사회에 시달리는 20~30대 연령층에서 최대한 단순하고, 간결하게 살자는 미니멀리스트가 인기를 끈다.
직장인 전모씨(여·25)는 "값비싼 음식과 물건을 찍어 올리는 SNS보다 내 일상과 닮은 미니멀리스트들의 콘텐츠에 눈길이 더 간다"며 "나만 힘들게 절약하며 사는 건 아니라는 생각에 공감이 된다"고 했다. 미니멀리즘 관련 책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사사키 후미오도 "물건을 버리기 시작하면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됐고, 남과 비교하는 습관이 없어졌다"며 불필요한 소비에 시달리지 않게 되자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줄어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한 네티즌은 '강과장'의 영상을 보고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는 댓글을 남겼다. 왜냐하면 화면 속 그들은 나이고, 옆에 있는 너이며, 우리가 아는 대다수의 사람과 무섭도록 똑같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댓글엔 1700명이 공감을 뜻하는 '좋아요'를 눌렀다. 경제적 상황이 넉넉하지 않은 젊은층에 '미니멀리스트'는 어쩌면 비자발적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건 아닐까. 오늘도 '점심값 6000원'을 아끼기 위한 수천 명의 강 과장들이 광화문으로 쏟아져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