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업체는 회계 특성상 영업이익을 내기 어렵다. 영업을 통해 고객을 유치하더라도 납입 선수금은 이익이 아닌 부채로 잡힌다. 상조업체가 고객 선수금을 이익으로 인식하는 시점은 장례 행사 발생 이후다. 많은 상조업체가 재무제표상에서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고, 영업할수록 부채만 늘어가는 부실기업처럼 보이는 이유다.
이 때문에 상조업계에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아닌 선수금, 영업현금흐름, 지급여력비율 등을 주요 지표로 평가한다. 상조업체 순위도 선수금 규모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조업체는 고객이 낸 선수금의 50% 이상을 공제조합이나 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하는데, 나머지 50%는 다양한 투자활동에 활용한다. 결국 상조업체의 경쟁력은 선수금을 적절히 투자해 투자소득을 올릴 수 있느냐에 따라 갈린다. 영업손실이 발생한 상조업체도 투자수익을 합한 당기순이익에선 이익을 내는 경우가 많다.
대명스테이션은 지난해 말 기준 212억원의 영업손실과 38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8년과 비교하면 손실폭이 커졌다. 교원라이프도 61억원의 영업손실, 6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보이며 적자전환 했다.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더라도 상조업체 운영에는 큰 장점이 있다.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막대한 현금이다. 고객 선수금 50%는 투자활동에 활용할 수 있으므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고, 투자 영역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면 상조업체는 ‘캐시 카우’ 역할 톡톡히 한다. 특히, 대명과 교원처럼 다양한 사업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계 구도를 준비하는 그룹이라면 특히 더 유용하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한국납세자연합회장)는 “결손 회사를 인수하거나 키울 때는 누가 이득을 볼 것이냐를 따져봐야 한다. 연결 재무를 통해 결손에 따른 법인세 절감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효는 크지 않고, 상조업을 통해 자금 동원 능력을 키우고 그룹 내 사업 확장이나 계열사 지분 매입을 통해 후계 구도를 준비하는 반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지금이야 결손 기업이지만 추후에는 수익이 날 것으로 본다. 계속 결손이라면 회사를 키울 이유가 없다. 다른 사업과 시너지를 내고 있고, 향후 현금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그룹 내에서 영향력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상조업체가 있다면 후계 구도를 짤 때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고민할 수 있는 셈이다”고 설명했다.
서준혁 대명그룹 부회장은 2012년 12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대명스테이션(당시 기안라이프웨이) 대표를 역임했고, 6년의 공백 뒤 지난해 10월 다시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장동하 교원그룹 기획조정실장도 2016년 7월 교원라이프 대표이사에 취임해 지난해 6월까지 상조업을 익혔다.
적자를 기록하는 계열사임에도 영업을 늘리고, 그룹 내에서 힘이 실리는 이유는 강력한 현금창출 능력 덕분이다. 고령화 사회 진입과 함께 상조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선수금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제 침체로 전 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대규모의 현금을 가져다줄 수 있는 산업은 많지 않다. 2세 승계를 준비하고 있는 그룹이라면 상조업체를 활용한 후계구도 전략에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
상조업계 관계자도 “선수금으로 계열사의 지분을 매입하거나 결손기업이라는 점을 활용해 상속세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2세 상속을 준비하는 기업에게 상조업체는 삼성의 에버랜드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대명과 교원은 후계 작업을 고려했을 때 상조 사업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