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라임 펀드' 자율배상 권고했지만…증권업계 "사실상 불가능"

[사진=라임자산운용 제공]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사모펀드에 대해 판매사의 자율배상을 권고했지만 실제 추진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라임 펀드' 투자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한 만큼 금융소비자 신뢰 회복 차원에서 판매사의 책임 있는 모습을 요청했지만 판매사들은 문제가 된 펀드로부터 회수한 자금이 거의 없는데다 자율배상 추진 시 불완전판매를 인정한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에서 부실이 발생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펀드를 판매한 혐의로 구속된 임모 전 신한금융투자 PBS본부장은 13일 첫 재판에서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윤 원장이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펀드 판매사에 대해 자율배상이 확산되길 바란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업계 내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윤 원장은 지난달 28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금융사의 사례를 예로 들며 "하나은행(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신영증권(라임자산운용 펀드), KB증권(호주 부동산펀드)도 자율배상을 했다"며 "이 같은 사례가 계속 퍼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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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의 자(子)펀드 173개를 판매한 금융사는 총 19곳으로 이 중 은행이 7개, 증권사가 12개다. 이 중 신영증권만 지난 3월 펀드 판매로 인한 고객 손실과 관련한 보상안을 마련해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금융사들은 금감원의 현장조사를 비롯해 검찰의 관련 수사 및 법원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무엇보다 투자자 손실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자율배상하기로 결정해도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기 힘든 상황"이라며 "섣불리 배상안을 내놓을 경우 배임 소지가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까지 자율배상이 이뤄졌던 펀드 중 일부는 발행단계까지 가지 않아 자금 회수가 가능해 자율보상이 이뤄졌다"며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경우 구체적인 자금 회수 가능 규모도 파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자율보상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 전 본부장에 대한 첫 공판에서 변호인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 측은 "피해 금액에 대한 입증이 되지 않았다"며 "피해 금액이 특정되고 피고인의 재판 책임 범위가 명백해야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기소된 증거목록 외에 추가 증거가 나올 것으로 보여 다음 기일에 (추가 증거를) 함께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재판은 오는 27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