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웅의 데이터 政經] 21대 총선...주류는 교체되었는가?

2020-05-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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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과 중산층의 대리인이 되어야

[최광웅]



더불어민주당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전국단위 선거에서 4연승을 했다. 특히 최근 3승은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 대선은 2위와의 표 차이가 역대 최대이고, 2018년 지방선거는 역사적인 압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번 2020년 4월 총선 역시 한 정당이 차지한 최대 의석을 경신한 또 한 차례 대기록 달성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압승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난무한다. 그 가운데에는 드디어 정치권도 보수에서 진보로, 영남 기득권 세력에서 수도권의 합리적 개혁세력으로 주류가 교체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일견 타당하다. 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다.

현대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이다. 유권자들이 선거라는 과정을 거쳐 자신들의 대리인(representative)을 선출해 의회에 보내는 방식으로 간접민주주의를 행사한다. 우리 헌법을 보면 ‘대리인’들이 모이는 국회는 입법권, 국가의 예산안 심의・확정권, 조약의 체결 및 비준 동의권, 국정감사 및 조사권, 국무총리 등 고위직 임명 동의권, 국무총리 이하 출석요구 및 질의답변 요구권, 국무위원 해임건의권 및 탄핵소추 의결권 등 막강한 권리를 갖는다. 그런데 그 권리는 철저하게 유권자들이 부여해준 위임 권력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세 번의 정권을 맡은 이후 2000년과 2004년, 그리고 이번 2020년까지 세 번째 총선을 치렀다. 당선된 국회의원은 각각 115명과 152명, 그리고 180명(더불어시민당 포함)이다. 이들 국회의원들이 ‘대리인’의 역할을 충실하게 할 수 있는 다양한 직업군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살펴보았다. 유권자 모델과 얼마나 근사치에 있는지 비교한 것이다.

 

[최광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첫 총선인 2000년 선거에서 새천년민주당은 115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이 가운데 행정부 국장 이상 관료, 판・검사로 20년 이상 재직한 경우, 직업군인이나 국・공립 및 사립대학 등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경우 등 이른바 직역연금 대상자 16명을 포함해 총 33명으로 조사되었다. 이들은 인생 이모작이라고 분류할 수 있는 경우이며 비율로는 28.7%에 해당한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이 재집권한 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시절에는 그 숫자가 41명으로 늘어났으며, 당선자(152명) 증가에 따라 비율은 약간 감소한 27%이다. 2017년 정권탈환 이후 이번 2020년 총선에서는 43명이 인생 이모작 당선자들이다. 비율로는 23.8%로 감소했으나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그리고 사학연금 등 직역연금 수혜대상 인원은 26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최광웅]


한편 보수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미래통합당은 103명의 당선자 가운데 59.2%가 인생 이모작으로 국민 대리인들이 선택되었다. 그 중에서도 직역연금 수혜대상은 48명, 거의 절반에 가깝다. 그 때문에 웰빙 정당이니 직업 그 자체가 국회의원이니 하는 우스갯소리를 듣는다. 한 마디로 통합당에 대해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2017년 현재 국민연금 1인당 월평균 수령액은 38만 6천 원인데 반하여 공무원연금은 월 240만 원에 달한다. 무려 6.3 배가 넘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군인연금과 사학연금도 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 표를 준 보통 국민은 대부분 노년이 가난한데, 거대 양당에서만 25% 국회의원들은 고액연금이 보장된 주류의 삶을 누리는 것이다. 이들에게 과연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소득 양극화문제 해결을 위해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문제해결을 기대할 수 있을까?

민주당 기본강령을 보면 ‘서민과 중산층을 비롯한 모든 사람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목표로 한다. 이를 다르게 해석하자면 곧 민주당은 대중적 국민정당을 지향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민 중심 정당이라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서민과 중산층 출신 대리인(국회의원) 스스로가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서민과 중산층을 대리하기 위해 100% 서민과 중산층 출신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미 기득권에 편입되어 있는 직역연금 수혜대상인 대리인들, 그들이 바로 여야 구분 할 것 없이 주류세력인데 주류가 교체되고 있다니 정말 황당한 해석이다.

기존 보수연합은 이념은 반북・반공주의, 세대는 산업화를 겪은 60대 이상, 지역은 영남기반, 그리고 대리인은 군부(1980년대 까지)・관료・법조엘리트 중심이다. 그런데 새롭게 탄생한 민주진보연합은 이념은 중도에서 중도좌파, 세대는 민주화 주역인 50대 이하, 지역은 수도권기반, 그리고 대리인은 학생운동가・관료・법조엘리트 중심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학생운동가 출신 일정 숫자가 사회경제적 약자의 대리인으로 볼 근거가 일정하게 있다는 점이다. “86세대 운동권출신 정치인들은 실력이 부족하다.” 얼마 전까지 이 명제는 어느 정도 참이었지만 이제 더 이상은 아니다. 이들은 당과 국회 및 청와대 보좌진(25명)과 지방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16명) 등으로 활동하며 착실하게 정치수업을 쌓았다.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 전문 자격증도 어지간히 갖췄고 대기업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CEO로 성장한 이들도 적지 않다. 13~15살 때부터 정당 활동을 하며 성장하는 유럽정치인들을 연상케 한다. 비록 서민과 중산층은 아니더라도 사회경제적 약자인 ‘서민과 중산층의 대리인’으로 활약해주길 기대한다.

최광웅(데이터정경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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