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하이트진로 회장 장남 집유…법원 "경영권승계 목적 인정"

2020-05-0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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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지원을 위해 특정 계열사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하이트진로 총수 일가와 경영진에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안재천 부장판사)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박 부사장은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이다.

이들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맥주캔 제조·유통 과정에 박 부사장이 최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를 거래 과정에 끼워넣는 일명 '통행세' 방식 등으로 수십억원의 일감을 부당하게 몰아 준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이번 사건의 범죄가 박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박 부사장이 과반 지분을 보유한 업체가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차입금이 수백억원대로 불어나 이자 부담이 커지자, 계열사를 동원해 부당지원을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런 지원행위는 박태영의 경영권 승계 비용을 보전하려는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작지 않다”며 “판로개척 등 경영판단은 개입돼 있지 않고, 오직 박태영의 회사를 지원하기 위한 행위로 참작할 동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맥주캔, 알루미늄코일, 밀폐용기 뚜껑 등으로 지원 대상이 달라진 과정도 “미필적으로나마 위법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이를 회피하기 위해 다른 위법을 발굴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하이트진로는 인력(5억원), 맥주캔 원료인 알루미늄코일 통행세(8억5000만원), 밀폐 용기 뚜껑 통행세(18억6000만원) 등을 서영이앤티에 지원했다.

또 하도급비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11억원을 우회 지원해 서영이앤티가 100% 자회사인 서해인사이트 주식을 유리하게 매각할 수 있도록 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통행세 지원과 관련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서해인사이트 주식 매각과 관련한 혐의만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법원은 하이트진로의 김인규 대표이사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1년, 김창규 상무에게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했다.

하이트진로 주식회사 법인에도 2억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번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 후 고발했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에 총 100억원이 넘는 과징금도 부과한 상황이다.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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