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가 1분기에만 총 4조원 규모 적자를 낼 것이란 전망은 사실상 현실로 굳어질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은 6일 공시를 통해 1분기 영업손실이 1조7752억원, 매출은 11조163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조1033억원, 전분기 대비 1조8977억원 급감했다.
정유사업에서는 1조636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화학사업은 2015년 4분기 이후 처음 적자 전환했다. 전분기보다 제품 마진이 개선됐지만 납사 가격 하락에 따른 재고 손실 영향이 컸다.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971억원 줄어 898억원 적자를 냈다.
그간 국내 정유업계 최악의 실적은 2014년 4분기로 기록돼 있다. 셰일가스 패권을 둘러싼 산유국들 간 ‘가격 전쟁’으로 인해 당시 SK이노베이션의 영업적자는 4217억원이었고, 정유 4사의 적자 합은 1조1500억원이었다.
하지만 올 1분기 SK이노베이션의 적자는 당시의 4배를 넘어섰다. 지난달 말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S-Oil)의 1분기 영업손실은 1조73억원으로, 분기 기준으로 창사 이래 최대 적자다. 현대오일뱅크도 5632억원 적자를 냈다. 조만간 실적 발표를 앞둔 GS칼텍스도 전망치인 7000억원을 넘어 1조원대 적자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정유 4사의 올 1분기 4조원 영업적자는 불 보듯 뻔하다. 지난해 정유 4사의 연간 합산 영업이익은 3조1000억원이었는데, 올해는 한 분기 만에 지난해 전체 수익을 모두 날릴 위기인 셈이다.
2분기에도 실적 반등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하락이 계속되고 있고 정유사 수익과 직결되는 정제마진의 상승 요인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항공유와 가솔린(휘발유) 등 수송용 제품의 글로벌 수요에 좌우되는데, 당분간 수송용 제품의 약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의 글로벌 종식이 6월로 점쳐지고 있지만, 글로벌 수요 부진이 이와 동시에 빠르게 해소되기는 힘들다”면서 “업체들이 설비 가동률을 낮추는 복안을 마련하겠지만 정유 4사의 상반기 실적 부진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