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36)의 말이다. 남서울 연습생 출신인 그는 메이저 챔피언으로 방점을 찍었다.
이태희는 지난해 제38회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우승했다. 이 대회는 대한골프협회(KGA)와 아시안투어가 공동으로 주관한다. 연장 세 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상대는 외국인 선수였다. 얀네 카스케(핀란드).
결정적인 순간으로는 14번홀(파5)을 꼽았다. "티샷이 밀려 페어웨이 우측 나무 사이로 떨어졌다. 두 번째 샷도 위치가 좋지 않았다. 나무가 시야를 가렸다. 시도한 레이업이 잘 먹혔다. 운이 좋았다"며 "핀까지 170야드. 7번 아이언으로 세 번째 샷을 시도했다. 공이 그린 앞 프린지에 멈췄다. 평소에 연습을 많이 하던 지점이었다. 자신감 있게 스윙했다. 53도 웨지로 공을 띄웠고 칩인 버디가 나왔다. 짜릿했다"고 전했다.
이태희는 "연장 세 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이었다. 체력적인 부담도 있었다"며 "카스케가 첫 번째와 두 번째 홀에서 실수를 범했다. 내 플레이에만 집중하면 찬스가 올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돌아봤다. 마무리는 버디였다. 그는 버디를, 카스케는 더블 보기를 기록했다.
이태희는 우승 직후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우승 직후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골프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며 “2003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에 입회하기 전까지 대회장(남서울 컨트리클럽)에서 연습생으로 있었다. 연습하는 선수들을 보거나, 갤러리로 대회를 관전하면서 ‘이 대회 우승’을 목표로 세웠었다”고 회고했다.
이태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잠시 쉬고 있지만, 올해 3개 투어(코리안투어, 아시안투어, 유러피언투어)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코로나19가 극복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