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앞당겨 쉬는 현대차, 미증유 위기에 강성 노조 분위기 바뀌었다

2020-05-01 06:00
  • 글자크기 설정

품질력 향상 기반 위기극복 방안 제시

이상수 지부장 "공동의 노력 필요한 때"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국내 노사 관계 발전의 ‘양날의 검’과 같았던 현대차 노조가 올해 ‘실리’를 바탕으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변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업계의 맏형 격인 현대차 노조의 변화는 완성차업계 노조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상수 현대차 전국노조 지부장 “위기 극복 공동의 노력 필요”
29일 이상수 현대자동차 전국금속노동조합 지부장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회사의 경영에 대해) 과거처럼 반대만 할 상황이 아니다”며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인 재앙을 극복하기 위해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현대차 노조를 중심으로 한 노동계 변화와 관련된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의 말처럼 현대차 노조는 최근 전대미문의 위기인 코로나19를 맞아 ‘갈등’보다는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시그널을 여러 차례 대내외에 내보내고 있다.

지난 27일 내부 소식지를 통해 ‘품질력 향상’을 기반으로 한 코로나19 위기 극복 방안을 제시한 게 대표적인 예다. ‘강성’으로 분류되는 현대차 노조가 스스로 회사의 위기극복을 위해 전면에 나선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노조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자동차사 간 생존을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어 품질력으로 승부를 겨룰 수밖에 없다”며 “조합원은 생산 품질을 책임지고, 회사는 조합원에 대한 고용과 임금·복지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조합의 경영 참여를 수없이 주장해 왔지만 자본의 구조상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며 “노동조합이 생산품질에 대한 인식 전환을 통해 간접경영 참여의 길을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7일에도 소식지에 '독일 금속산업 노사 위기협약 체결에서 아이디어를 얻자'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코로나19에 대응해 노사가 협력을 약속한 독일 금속노조의 사례를 주목하자’는 게 요지다.

앞서 독일 금속노조는 사측과 '위기협약'을 맺으면서 임금 동결에 합의했고, 대신 사측은 기금을 조성해 노동시간 단축으로 피해가 있는 노동자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과거처럼 서로 끝나지 않을 줄다리기만 했다가는 같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배경에 있다.

현대차 노조도 품질력을 바탕으로 회사가 살아남지 못하면 고용과 복지를 영영 보장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부장은 “노동자 역할을 버리겠다는 게 아니고 (위기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비롯됐다”며 “회사가 올바른 방향에서 진행하는 일에 대해서는 반대보다는 지켜보는 것으로 역할을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내부 비판에도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한다는 대내외 기대 힘 얻어
물론 이 같은 기조에 대해 협상력 저하 등을 지적하는 내부 비판도 있다. 하지만 노사가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대내외적인 기대가 더욱 힘을 얻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내 산업을 견인하고 있는 현대차의 체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지난 1분기 판매량은 90만3371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6% 줄었다. 특히 분기 기준으로 판매량이 100만대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11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커지는 2분기에는 그 하락세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조건 반대만 외치던 과거 행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한몫했다. 실제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12월 새로운 대표로 실리 성향의 이 지부장을 선택했다. 현대차 노조 선거에서 실리 성향의 지부장이 당선되기는 2013년 이경훈 지부장 당선 이후 6년 만이다.

이 지부장은 당시 “무분별한 '뻥' 파업을 지양하고 민주노총·금속노조가 초심으로 돌아가는 역할을 하겠다”며 “합리적 노동운동을 통한 조합원 실리 확보”를 역설했다.

현대차가 근로자의 날을 포함해 4월 25일부터 오는 5일까지 일주일 넘는 기간 쉬게 된 것도 앞서 현대차 노조가 합의한 덕분이다. 현대차 노조는 앞서 한글날(10월 9일) 연휴를 앞당겨 5월 4일에 쉬기로 사측과 정한 바 있다.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이 덕분에 물량을 조절하고 향후 생산량 확대에 대비할 수 있게 됐다.

기아차와 쌍용차 등 다른 완성차업체 노조도 올해 큰 난항 없이 단체협약을 마무리하며, 협력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쌍용차 노사는 지난 17일 경기 평택 공장에서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식'을 열고 올해 임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완성차 업계 중 가장 빠르게 협상을 마무리하며 2010년 이후 11년 연속 무분규 타결 기록을 세웠다. 르노삼성차와 한국지엠(GM) 노조도 수개월을 끌어왔던 2019년 임협을 지난 14일 마무리지었다.

김필수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완성차업계는 불확실한 경영상황과 함께 강성노조의 노조파업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최근 노조의 상생을 전제로 한 움직임이 결실을 낸다면 우리 노사문화가 한층 더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새 노조 집행부가  지난 1월 울산 북구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출범식을 가진 자리에서 실리 성향으로 꼽히는 이상수 노조 지부장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