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씨의 사모펀드 등 관련 혐의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 교수는 자신의 피의사실과 관련된 검찰의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형사 피고인이 다른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게 될 경우 자신의 혐의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이날 ‘진술 거부권'을 적절히 사용하면서 검찰 측 주장을 반박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검찰이 자신의 '일기장' 등을 공개한 것을 지적하면서 “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다” “상처를 받았다”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실제로 이날 검찰은 조씨의 혐의보다 정 교수를 겨냥한 듯한 질문을 중심으로 집중추궁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검찰은 2017년 7월 정 교수가 동생에게 '내 목표는 강남에 건물 사는 것'이라고 보낸 문자메시지를 보여주며 의미를 물었다.
검찰은 앞서 정 교수의 재판에서도 이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며 "조범동씨에게 투자 설명을 들은 뒤 수백억대 강남 건물을 사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라며 남편이 민정수석에 취임한 이후 백지 신탁 의무를 지키지 않으려는 범죄 의도를 짐작할 수 있는 증거라 주장한 바 있다.
특히 검찰은 대화가 '텔레그램'을 통해 오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부정한 목적이 있었던 것처럼 질문을 몰아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극히 사적인 대화”라며 진술을 주저하는 듯하다가 갑자기 작심한 듯 “이 자리에 증인이라고 나왔으니 말하겠다"고 하더니 "(검찰의) 언론플레이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정 교수는 "텔레그램은 관련이 없다"면서 "조씨와 '강남건물' 구매 얘기를 하고 (기분이) 업돼서 동생에게 한 말인데, (그것을 검찰이 마치) 부의 대물림(인 것처럼) 공개해서 굉장히 상처받고 세상 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억울함을 쏟아냈다.
정 교수가 ‘맺혔던 말’을 쏟아낸 반면 검찰은 이날도 공소사실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WFM과 코링크에 투자를 했기 때문에 수익분배만 받을 수 있을 뿐인데, ‘자문료’ 명목으로 이익을 취했다면서 이것이 ‘횡령’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 교수와 조씨는 ‘돈을 빌렸고, 자문료는 사실은 이자였다’라고 항변해 왔다. 정 교수는 법정에서 차용증을 공개하면서 ‘대여금’이라는 점을 강력히 주장해 왔다.
검찰은 “수익률에 ‘플러스, 마이너스’가 있다”라고 한 부분을 파고들면서 “이자율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인가"라고 묻기도 했고, 정 교수가 ‘엑시트’라는 투자용어를 사용한 것을 들어 “대여가 아니라 투자였던 것 아니냐”라고 추궁했다.
이에 정 교수는 "검사님에게 질문이 가능한가”라고 입을 열더니 “투자 용어가 특별한 의미를 갖나", "계약서상 정해진 걸로 기억한다"고 되받거나 “상대방이 쓰는 용어를 따라 썼을 뿐”이라고 응수했다.
한편 전임 재판부인 송인권 부장판사는 “민사 재판에서 투자냐 대여냐를 다툴 때 원금이 보장되고 수익을 지급했다면 일반적으로 대여로 본다. 그렇지 않다면 검찰은 이를 뒤집을 수 있는 확실한 증거를 내달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