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엿보기] 법학자가 21대 국회의원에게 바란다

2020-04-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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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세상을 바꾸고 싶은가, 제도를 바꿔라'

강효백 지음|지식과감성# 펴냄

세상을 바꾸고 싶은가, 제도를 바꿔라.

우리나라에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7월 본격 출범할 예정이다. 공수처는 일종의 권력의 부패를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다. 우리나라는 1개 이상의 '부패 방지기관(공수처)' 설치를 의무화한 유엔부패방지협약에 가입한지 15년째다. 그런데 공수처도 없고, 부패방지 전담 별도 기관도 없었다. 2020년 2월 현재 공수처를 설치한 나라 수는 모두 56개국이나 되는데도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오래 전부터 공수처 설치를 주장해 온 법학자가 있다.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다. 강 교수는 지난 2012년 11월엔 우리나라 최초로 공수처 설치를 주장하는 기고문도 언론에 게재했다. 당시 그는 피의자를 성폭행한 검사에게 강간죄나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가 아닌, 뇌물수수 혐의 기소를 고집하는 검찰에 분노하며 권력 견제를 위한 공수처 설치를 주장했다.

그후 7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우리나라도 이제 공수처 설치를 앞두고 있다. 마침 이러한 때에 강 교수가 신간을 냈다. 책 제목은 '세상을 바꾸고 싶은가, 제도를 바꿔라'다.

저자가 지난 2018년 겨울부터 아주경제신문에 연재해 온 '신(新) 경세유표' 칼럼을 비롯, 직접 저술한 논문 시론 중에서 제도 개혁 관련 글을 골라 정리한 것이다. '경세유표'는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저서다. 정약용은 "세상은 날로 변하는데 낡고 썩은 법을 그대로 둔다면 국가는 쇠망하고 사회는 타락하고 백성은 고통으로 신음한다"고 탄식하며 경세유표에서 조선 행정기구 개편을 비롯한 모든 제도 개혁 원리를 제시했다. 

저자는 책에서 미래 지향적인 국가사회의 시스템 설계는 입법을 통해 가능하다며 세상을 바꾸고 싶으면 제도를 바꾸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수처 설치에서부터 대통령 연임제 개헌, 국회의원 최저임금제, 국회의원 임기 2년 개헌, 헌법재판관 정원 확대 등 제도 개혁을 과감히 요구한다.

그는 제왕적 대통령제, 레임덕, 차등임기제와 같은 폐단을 낳는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폐지하고 미국, 러시아 등 102개국이 채택한 4년 연임제를 주장한다. 이를 통해 대통령도 국민에 의한 중간평가를 받고 중·장기 국가전략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저귀와 국회의원은 자주 갈아줘야 한다"는 마크 트웨인의 명언을 인용해 국회의원 임기를 2년으로 단축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부패를 막고, 국민의 의사를 적시에 반영해 국회의원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불필요한 각종 특권을 박탈하고, 세비를 최저임금 수준으로 낮추며, 입법 실적에 따라 성과급으로 전환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도 거침없이 제안한다. 실제로 핀란드, 스위스 등 국가처럼 국회의원이 무노동·무임금, 또는 최저임금제로 봉사하고, 출석률과 입법 실적이 저조하면 자동 퇴출하도록 국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국민의 뜻에 따라 이제 막 선출된 21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특히나 새겨들어야 할 조언이다. 

저자는 또 대한민국은 '성범죄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성범죄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지만 '깃털'처럼 가벼운 성범죄 처벌법은 '최대의 악법'이라고 탄식한다. 특히 극악한 아동강간범에게는 무기 또는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형벌을 대폭 강화하는 등 성범죄에 대해 철퇴를 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 우리나라 지폐 속 인물을 바꾸자고 건의한 것도 흥미롭다. 저자는 '과거의 조선왕국' 위인들 얼굴로 가득 채워진 우리나라 지폐 인물에는 '대한민국'이라는 '현재'가 없다며 김구, 안중근, 유관순 등 19세기 이후 위인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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