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군(17)은 최근 '소설책 읽기'에 재미를 붙였다.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소설책을 읽으며 따분함을 달래기 시작한 것이다. A군은 “학교 교재나 학습지를 공부하는 시간 외에 소설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접하니 조금이나마 우울함을 떨칠 수 있어서 좋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에 개학이 늦춰지면서 청소년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도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책 읽기도 그중 하나다.
해당 기간 가장 많이 팔린 청소년 분야 책은 '아몬드',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시간을 파는 상점' 순이다. 한국소설 베스트셀러 20위에 청소년 소설 다수가 오를 정도로 성인 단행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자는 "청소년층이 교재나 참고서 등 학습을 위한 도서 구매가 아닌 재미와 교양을 위해 소설을 선택했다"며 "비자발적 독서가 아닌 자발적 독서로 청소년층이 독서시장에 새로 유입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의 경우 미뤄진 개학에 학원까지 휴원하면서 청소년 소설을 많이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학뿐만 아니라 청소년 소설의 작품성이 향상된 것도 독서량 증가의 원인이다. 2017년 3월에 출간된 손원평 작가의 장편소설 ‘아몬드’는 역주행에 성공하며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아몬드'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의 특별한 성장 스토리다. 작품 속 인물들이 타인과 관계를 맺고 슬픔에 공감하며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가슴 절절하게 그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아몬드'를 펴낸 창비 관계자는 "개학이 늦어지고 작품이 2020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돼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케이북(K-BOOK)진흥회는 지난 7일 '아몬드'가 2020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아몬드 일본어판은 올해 번역소설 부문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아시아권 작품이 1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창비 관계자는 "아몬드는 예전처럼 학교 필독서라서 책을 보는 경우가 아니다"며 "전체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을 읽은 부모가 자식들에게 책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