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쌀때 넘기자 재벌들 ‘증여’ 공시 잇달아

2020-04-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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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주식시장이 하락하면서 기업 오너들의 세(稅)테크 증여가 잇따르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CJ그룹은 지난 2일 이재현 회장이 지난해 12월 9일 이경후 CJ ENM 상무와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에게 물려주려던 우선주 184만1336주에 대한 증여를 지난달 30일 취소하고 이달 1일 다시 증여했다.

이 회장이 증여하려던 CJ전환우선주인 ‘CJ4우(전환)’는 작년 12월 9일 6만5400원을 기록했다. 이후 코로나19에 따라 주가가 급락하면서 증여가 이뤄진 1일 종가는 4만1650원으로 내려갔다. 첫 증여시점 대비 36.31% 하락했다.

증여세는 증여한 시점 직전 2개월과 직후 2개월간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향후 2개월 내에 주가가 얼마나 상승할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납부할 증여세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 회장이 증여를 취소하고 재증여가 가능했던 건 현행 상속세법에서 증여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간은 증여를 취소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즉, 주식을 증여한 뒤 2개월간 주가 추이를 보고 증여를 취소할 수 있다.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도 지난달 12일 두 아들에게 동서 보통주 25만주(0.25%)를 증여했다. 큰아들 김동욱씨는 15만주, 둘째 아들 김현준씨는 10만주를 받았다. 이를 통해 김 회장의 지분율은 19.29%에서 19.04%로 줄어든 반면 동욱씨와 현준씨의 지분율은 각각 2.37%, 2.13%로 상승했다. 1만5750원으로 증여가 이뤄진 2개월 전 주가 1만6250원 대비 3.07% 내려간 시점이다.

이연제약도 지난달 19일 최대주주 특별관계자인 이애숙씨가 보유주식 146만9000주(8.76%)를 정순옥, 유용환씨에게 증여했다. 다른 특별관계자인 정순희씨는 보유 중인 주식 55만5000주(3.31%)를 유정민씨에게 넘겨줬다. 이애숙씨와 정순희씨는 정순옥 회장의 모친과 동생이며, 주식을 받은 유용환, 유정민씨는 정순옥 회장의 장남과 장녀다. 이연제약은 정순옥 회장과 아들인 유용환 대표 공동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에도 오너일가의 지분 증여는 이어졌다. 지난 8일 허영인 SPC삼립 회장은 장남인 허진수 부사장에게 보통주 40만주를 증여했다. 허 회장이 보유한 SPC삼립 지분율은 9.27%에서 4.64%로 줄어든 반면, 허 부사장은 11.68%에서 16.31%로 늘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가는 당분간 시장 대비 낮은 상태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오너들은 지금이 증여를 위한 최적의 시기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CJ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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