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압박·위원 사퇴에 난감한 '삼성준법위'

2020-04-0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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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강력하고 구체적인 권고안을 내고, 미이행시 전원사퇴하라"

출범 두 달을 맞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위)가 시민단체 압박과 위원 사퇴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준법위는 독립적인 삼성 감시 기구로서 본연의 업무에 집중함으로써 각종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입장이다.

2일 준법위는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4차 회의를 열었다. 지난달 5일 3차 회의에서 중점 과제로 △노조 문제 △경영권 승계 문제 △시민단체와의 관계설정 등을 선정한 뒤 첫 회의다.

준법위의 권고로 지난 2월 삼성이 임직원들의 시민단체 기부금 후원 내역을 무단으로 열람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까지 나섰지만, 준법위의 독립성과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 측은 준법위의 권고안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위원 전원이 사퇴하라며 압박하고 있다. 앞선 삼성 사과에 대해서는 '홍보용 사과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27일 준법위를 만나 구체적인 권고안을 내라고 요청했다.

하성애 삼성피해자 공동투쟁 대표는 "준법위가 과거 삼성의 불법 행위들을 시정하고 해결하도록 더 강력하고 구체적인 권고안을 내고, 미이행시 전원사퇴하는 것이 국민적 의혹을 불식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2차 사과에도 피해 당사자들에 대한 사죄와 배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권고안 이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병욱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장은 "준법위가 독립적이고 실질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길 바란다"며 "이날 회의에서 시급한 문제들에 대해 논의하고 새 권고안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했다.

준법위는 지난 11일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 삼성 7개 관계사에 경영권 승계와 노동 관련 준법의무 위반 행위 등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사과하라는 권고안을 송부하고 30일 이내에 회신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이날 준법위 회의에서는 두 번째 사과 방식에 대한 추가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준법위 관계자는 "오늘 자리는 시민단체 측이 요청한 내용에 대해 여러 가지를 논의하는 자리"라며 "각 사안마다 내용이 다르지만 여러 상황을 두고 합당하고 가능한 내용인지 검토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준법위에 닥친 과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권태선 위원이 돌연 사퇴하며 출범 한달 반 만에 공백이 생겼다. 권 위원은 시민단체 환경운동연합 대표를 역임 중에 사회 각계에서 제기되는 비판에 스스로 물러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준법위에는 김 위원장과 고계현 위원, 김우진 위원, 봉욱 위원, 심인숙 위원, 이인용 위원 등 6명이 남았다. 준법위는 4차 회의에서 권 위원의 빈자리에 대한 충원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준법위는 지난달 23일 오픈한 홈페이지를 통해 들어온 제보 내용 등을 회의에서 다룰 예정이다.
 

 지난 1월 9일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장 기자회견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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