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 코로나19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매일 수백명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누적 확진자 9241명, 사망자만 해도 131명을 넘어섰다. 과거 사스나 메르스에 비해 큰 감염 불확실성으로 공포감마저 더해져 우리 사회구조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단지 감염병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지만 큰 사회적 이슈로 인식되지 않는 현상으로 교통사고가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한 해 23만여건이 발생, 3000명 넘게 사망하여 사고 100건당 사망자가 1.5명에 달함에도 감염 100명당 사망자가 1.4명 수준인 코로나19에 비해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이 지역사회를 위축시키듯, 교통사고는 인적·물적 피해와 차량 정체로 경제적 손실 비용이 발생하고 2차사고 위험까지 초래한다. 또한 초기에 골든 타임을 놓치면 더 큰 사상자를 유발한다. 이런 측면에서 감염병과 교통사고는 발생에 따른 대응에 앞서 사전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작년 한 해 교통사고 사망자는 334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과 비교하면 교통사고 사망률이 매우 높은 편이다. 여기서 3349명은 대략 정원이 500명인 '보잉 747' 대형 여객기가 매년 7대씩 추락해 전원이 사망하는 숫자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 중 절반을 훨씬 상회하는 사망자가 사전에 안전운전으로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라는 점이다.
2018년 도로교통 사망자는 3781명으로 이 중 69%에 해당하는 2594명이 전방주시 태만과 같은 안전운전의무 위반으로 발생했다.
안전운전의무 위반이란 전방주시 태만 외에도 졸음운전, 휴대전화 사용, 차내 기기 조작, 잡담, 흡연, 음식물 섭취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운전 행동은 운전자의 안일한 자만심과 부주의로 인해 일어난다.
2015년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안전운전의무 위반에 따른 교통사고가 매일 339건이 발생해 11명이 사망했고, 그중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에 따른 사고 위험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운전자 10명 중 4명이 여전히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행동은 휴대전화를 2초간 응시한다는 가정 아래, 시속 60㎞로 주행하는 차량을 약 30m 정도는 눈을 감고 운전하는 것과 동일한 것으로, 음주운전·졸음운전과 비견될 수 있을 정도의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이 정도면 아직까지도 우리의 '안전운전' 수준은 재난 수준에 해당한다.
교통사고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한 해 40조500억원(2017년 기준)에 달하는데, 이는 국세청이 발표한 2018년 근로자 평균 연봉 3650만원 기준으로 100만명의 연봉과 맞먹는 수치다.
이 엄청난 경제적·사회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교통법규 준수와 방어운전 등 운전자의 사고예방 습관을 생활화하여 하나의 '교통안전문화'로 정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안전문화'라는 용어는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 누출 사고에 따른 원자력 안전자문단의 보고서에 처음 사용됐다. 국내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안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정부 주도의 안전 관련 법령과 안전문화 활동이 체계적으로 추진됐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정부 주도의 체계적인 방역·진료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지만 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 '안전보건문화' 정착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교통사고 사망자 제로화를 위해서는 법령 개정, 단속, 교육, 도로환경 개선과 같은 정부의 노력뿐 아니라 준법운전, 배려운전과 같은 운전자의 자발적인 참여가 어우러진 '교통안전문화' 사회 구현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