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조 투입돼도 경직된 시장은 '갸웃'···"급한 불 끄는 수준"

2020-03-2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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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월 만기 회사채 10조 넘어

시장선 "효과 제한적" 지적도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변동성이 대폭 늘어난 금융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41조8000억원을 쏟아붓는다.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권시장안정펀드가 각각 20조원, 10조7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지금 논의되는 수준으로 불안감을 완전히 잠재우기 어려울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당장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인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시장이 얼어붙어 자금줄이 막힐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외국인이 수천억원씩 매도하는 장세에서 증안펀드가 도움이 될지 미지수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국내 회사채 규모는 38조3719억원에 달한다. 당장 10조원 규모의 채안펀드를 조성하더라도 4~5월 만기 회사채 규모(10조5760억원)보다 못한 수준이다. 이후 추가 10조원 규모를 더 조성하더라도 다음 회사채 물량이 도래한다. 얼어붙은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으면 채안펀드만으로는 위기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2008년 대비 채안펀드의 운용이 까다로울 것으로 보고 있다. 2008년 당시엔 채안펀드가 AA급 이상의 회사채를 매입해 우량채의 유통물량을 소화하며 스프레드 축소를 이끌었다. 당시엔 AA- 3년물 금리가 9%에 달했다. 채안펀드로 우량채만 매입해도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량채만 매입한다고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 실물경제 위기가 발생한 탓에 기업의 펀더멘털 자체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량채를 단순 매입하기보다는 선별적인 채권 매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안펀드에 대한 지적은 더욱 많다. 우선 흔들리는 주식시장을 떠받치기 위해서 규모부터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조7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나, 최근 외국인 투자자가 하루에 수천억원씩 매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겨우 보름가량 버틸 수 있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펀드 자금이 금방 바닥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한국은행이나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에 나오는 안정화 방안의 대부분은 은행을 주축으로 하는 금융권이 부담을 짊어지는 구조다.

그러나 증권안정펀드에 돈을 넣었다가 주가가 더 급락하면 금융기관의 자본 여력이 약화할 수 있다. 이후 추가적인 공적자금 투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은이 발권력으로 확실히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한은은 24일 증권사를 비롯한 비은행기관을 대상으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실시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매입 대상이 제한돼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CP를 직접 매입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이에 대해 한은은 CP나 회사채 등 위험자산을 직접 매입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강하게 고수하고 있다.

금융시장 전문가는 "결국 정부의 정책으로 코로나19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며 "단기적으로 시장의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겠지만 흐름 자체를 돌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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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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