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1회성 기본소득보다 '핀셋 대책'이 시급하다

2020-03-2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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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교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20조원의 긴급경제대책을 내놓았고, 국회는 11조7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지만, 이 정도로는 현재의 경제적 충격을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시각 하에서, 지자체를 중심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상위 고소득자를 제외한 보편적 재난기본소득 1인당 100만원씩 지급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고소득자를 포함한 전 국민 1인당 100만원 상당의 지역화폐나 쿠폰 지급을 주장했다. 이 와중에 전주시는 실업자·비정규직 5만여명에게 1인당 52만7000원씩 지급, 서울시는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 중 정부 추경 지원을 못 받는 가구에 30만~50만원 긴급 지원을 이미 결정했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재난기본소득 도입 주장에 대해 중앙정부는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아직은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의 황교안 대표는 이에 대해 재원 조달책도 없이 무조건 퍼 쓰고 보자는 무책임한 정치로 규정하고, 소상공인·중소기업 등 1300만명 중 약 30%인 400만명가량을 대상으로 40조원 규모의 긴급구호자금 투입을 제안하고, 코로나 국민채를 발행하여 재원을 조달하자고 주장했다. 과거 2010년 무상급식과 관련한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논쟁이 또다시 재현되는 모습이다.

과거 복지 논쟁을 반추해 보면, 상반된 이념에 기초한 소모적인 '논쟁을 위한 논쟁'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실사구시(實事求是)와 이용후생(利用厚生)에서 빗나간 논쟁은 현재와 같은 위기국면에서는 적절하지 않다. 한시적 재난기본소득이라는 용어를 쓰고는 있지만 일회성으로 지급되는 돈을 기본소득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기본소득은 무조건성·보편성·지속성·충분성을 갖추는 사회적 급여에 부여하는 명칭이다. 현재 소비 부진은 소득이 없어 소비를 못하는 사람과 소득은 있지만 소비를 안 하는 사람으로 대별된다. 전자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현금지원 혹은 비용감면 조치가 필요하지만, 후자에 속하는 사람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예산의 제약을 전제로 할 때, 동일한 재원으로 모든 사람에게 얇게 지원하는 것보다는 정말로 필요한 사람에게 보다 두껍게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최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1인당 1000달러씩을 지급하겠다고 주장함에 따라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힘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다소 막나가는 외형의 트럼프 대통령 주장을 어떻게 지지하게 되었는지 의아스럽다. 미국은 국제통화 발권국의 이점을 백분 살려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을 단호하게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발상도 가능할 수 있겠지만 효과적인 방법이 아님은 틀림없다. 보편적 재난기본소득 주장은 내 돈이 아니니 편하게 쓰자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렇지만 야당이 주장하는 긴급구호자금 편성 주장 역시 앞뒤 맥락이 없고 구체적이지 않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긴급복지지원제도’가 이미 잘 갖추어져 있다. 현행제도 하에서도 생계유지가 갑자기 어려워진 가구에 대해서는 생계·주거·의료·교육 등 최소한의 복지급여가 지급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지급조건을 완화할 것이 있으면 현재의 상황에 적합하도록 하면 된다. 코로나 국민채권을 재원대책이라고 내놓은 것도 큰 의미가 없다. 1단계로는 2020년 예산 중 불요불급한 예산항목을 조정하는 것이다. 미국과 EU 국가들이 시행하려 하는 양적완화 정책은 시중에 나가 있는 국채를 국가가 매입, 시중에 돈을 풀어 자금경색을 막는 것이 주목적이다. 국채를 발행하는 것은 시중자금을 다시 흡입하는 부정적 효과가 있다. 최근 몇 년간 디플레이션 위험을 거론할 정도로 물가가 극히 안정된 우리나라 경우, 예산상황에 따라서는 일정한 양적완화도 검토 가능한 정책이다.

디테일하게 타기팅된 정책이 시급하다. 코로나로 극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업, 여행업, 숙박업, 외식업, 학원, 체육시설, 보육시설 등에 대해서는 고용보험을 중심으로 고용유지지원금을 대폭 풀고 긴급운영자금을 저리로 융자해 주어야 한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보험료의 1년 보험료징수액은 2020년 기준 140조원 내외로 엄청난 국민 부담이 되고 있다. 따라서 코로나 종식까지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보험료를 감면해 주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지역가입자와 중소기업 등에 대해서는 보험료 일정비율을 선 감면해주고 이를 정부 일반회계에서 보전하고,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충격이 큰 업종의 기업은 보험료 융자 혹은 납입연기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의 경우, 지역가입자는 한시적으로 납입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하고, 직장가입자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은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고 대기업 중 충격이 큰 기업은 보험료 일부 또는 전부를 융자 혹은 납입연기를 허용하고, 긴급복지지원제도 대상이 아닌 계층으로 생활자금이 필요한 경우에는 국민연금에서 기납입 보험료의 일정 한도만큼은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출석수업이 어려운 대학생 등록금의 2분의1은 이미 소득계층별로 국고장학금이 지원되고 있지만, 등록금을 전액 지원 받지 못하는 학생은 일정비율을 추가 감면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코로나로 중단된 노인일자리 사업의 경우에도 이미 계약이 만료된 경우, 급여를 선 지급하고 추후에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검토 가능하다. 그 외에도 지원의 손길이 필요한 곳곳에 기존 법령·법규의 틀을 벗어나 과감한 보호대책을 능동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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