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에 약세장을 연출하고 있다. 미국 하이일드 에너지기업의 신용경색 우려까지 겹치면서 안전자산인 국채자금마저 이탈하며 금리가 급등했다. 가뜩이나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로 채권금리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채권 금리 변동성 확대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는 깜짝 인하 수준이라 국고채 3년물의 경우 금리가 0%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채권시장에선 한은이 당장 큰 폭으로 금리를 낮추기보다 일단 0.25%포인트 인하한 뒤 추가 인하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도 "지난주엔 추가경정예산(추경) 소식 때문에 채권 금리가 많이 올랐었는데, 이를 되돌리는 과정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한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채권금리가 추가 하락할 것으로 봤다. 3년물 금리가 일시적으로 0%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안재균·여현태·윤소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채권 금리의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며 "이달 국고채 3년물 금리 등락 범위를 연 0.95∼1.20%로 제시한다"고 했다.
다만 채권 금리 하락세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 연구원은 "이번 금리 인하가 한은의 마지막 인하 카드라는 인식이 확산할 경우 차익실현 수요가 늘 수 있기 때문에 채권 금리가 크게 하락하기는 힘들다"고 내다봤다.
◆채권형펀드 1주일 사이 하락세 전환
이런 상황에서 채권형펀드도 손실을 냈다. 통상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은 오르게 된다. 이 때문에 일부 국고채에 투자하는 국내 채권형 펀드는 지난해 연 10% 넘는 수익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 채권펀드 인기가 시들하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채권형펀드는 1주일 사이 -0.30%를 기록했다. 불과 1개월전만 해도 0.47%에 달하는 수익을 냈었다. 국공채형도 같은 기간 -0.87%가량 빠졌다. 해외 채권형펀드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1주일 사이에만 무려 -5.12%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국내외 자금도 빠지고 있다. 국내 채권형펀드의 설정액은 1주일 사이 59억원이나 순유출됐다. 같은 기간 해외 채권형펀드도 357억원가량 감소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글로벌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발생된 불확실성이 근본적인 요인인 만큼 늘어나는 확진자 수가 진정되고 입국 제한 조치들이 완화하는 등 불안감이 꺾이는 모습이 나타나야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