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베트남 포커스] (4) ​베트남 경제의 양면을 보라

2020-03-1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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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기업 방만경영 여전...제조업은 외국투자기업이 주도

 

[하노이 홍강 강변에서 이한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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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는 베트남 개혁·개방을 연구하는 최고 전문가 서강대 이한우 교수의 칼럼을 연재한다. '이한우의 베트남 포커스'는 베트남의 개혁 과정을 톺아보고 분석하며 날로 확대되고 있는 한·베트남 관계에 대한 현황을 살피고 전망을 내놓을 것이다. 이한우 교수는 서강대에서 베트남 개혁정책을 주제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서강대 동아연구소 및 동남아시아학 협동과정 교수로 있다. 베트남 국민경제대학 객원연구원으로도 있었다. 그는 베트남 정치경제 개혁과정을 주로 연구하고 있으며 개혁으로 인한 사회문화 변화에도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베트남 경제개혁의 정치경제>, <한국-베트남 관계 20년> 등 책과 베트남 개혁에 관한 연구 논문을 여러 편 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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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베트남의 경제 상황

베트남은 2018년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7.08%를 나타내면서 지난 10년 중 가장 높은 성과를 보였다. 2019년 GDP 성장률은 7.02%였고, 이로써 2년 연속 7%대 성과를 나타냈다. 2020년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모든 산업분야에 직격탄을 던져 6%를 달성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베트남의 최고 부자인 빈(Vin) 그룹 총수 팜녓브엉(Pham Nhat Vuong)의 자산이 12% 감소했다고 포브스(Forbes)는 전한다. 그래도 GDP 성장률 3%에도 미치지 못하는 우리로서는 베트남의 성과가 부러울 정도다. 게다가 물가상승률은 2018년에 3.6%, 2019년에 2.8%로 안정적 상황을 유지했다. 2019년 1인당 GDP는 2800달러로, 이를 구매력평가지수(PPP)로 계산하면 8000달러 정도다. 한국의 구매력평가지수 기준 1인당 GDP가 4만 달러 정도니, 베트남 현실 생활의 경제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다.

베트남의 교역을 보면, 2019년에 수출 2642억 달러, 수입 2531억 달러로 각각 전년 대비 8.4%, 6.8% 증가했다. 역대 최대 무역 흑자다. 베트남은 2015년을 제외하고 2012년부터 무역 흑자를 내고 있다. 문제는 이 흑자가 외국인투자기업의 수출 증가로 만들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외국인투자기업의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 정도다. 2019년에 그 비율이 69%로 아주 조금 하락해 베트남 국내기업의 약진이 이제 시작되는 것인가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대략적으로 보면, 베트남 국내기업은 원료와 농수산물 등을 수출하고, 외국인투자기업이 공산품을 수출하는 구조다. 베트남 국내기업이 생산한 공산품이 세계시장에서 이제 막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다고 해야겠다. 

외국인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왔고, 최근 그 증가폭이 커졌다. 2017년 외국인투자는 전년 대비 32.5% 급증했다. 2019년에는 전년 대비 7.2% 증가에 그쳤다. 베트남에서 외국인투자액 누계는 새 외국인투자법이 시행된 1988년부터 계산한다. 한국이 누계로 2014년에 1위 투자국 지위에 올라선 후 이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누계로 2위 투자국이나 2017년, 2018년 한 해 기준으로 가장 많이 투자한 국가였다. 2019년에는 한국이 가장 많이 투자하면서 부동의 1위 투자국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이 일본보다 투자액으로 약간 앞서지만 프로젝트 수에서는 월등히 많은 걸 보면, 한국의 투자 중 소규모 투자가 상대적으로 많음을 알 수 있다.

 

[사이공 트레이드 센터 앞의 페트로리멕스 지사. 사진@이한우 2003]




국영기업과 민간기업

그간의 경제성장을 보고 많은 이들이 베트남의 성과에 찬사를 보낸다. 우리는 이러한 긍정적 평가와 함께 베트남 경제의 이면을 봐야 한다. 근래 계속되는 중요 문제는 국영기업 개혁 문제다. 이제까지 베트남 기업 중 대형 기업은 대부분 국영기업이었다. 2018년 총자산, 노동자수 등을 종합한 지표에 따라 순위를 매겼더니, 1위 삼성전자에 이어 2위부터 차례로 베트남전력공사, 베트남원유공사, 비엣텔(Viettel) 군 이동통신, 페트로리멕스 석유공사 등 국영기업이 차지했다. 그 다음 6위에 민간기업 빈(Vin)그룹이 올랐다.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기업규모에서 베트남 내 기업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 통계총국이 2019년 6월 발간한 '통계연감 2018'을 보면, 정부가 100% 지분을 가진 국영기업은 2017년 말에 1204개였다. 베트남넷(VietnamNet) 인터넷신문은 2019년 5월 말에 500여개라고 보도하였다. 2018~19년 사이 국영기업 민영화가 급속히 진행되지 않았는데, '통계연감'의 국영기업 수와 신문에 보도되는 수가 크게 차이 나 혼란스럽다. 기업집단 소속 기업을 개별적으로 셀 것인가 기업집단을 한 단위로 셀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판단된다. 국영기업의 경영 비효율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핵심 기업만 남기고 주식회사로 전환해 오고 있다. 국영기업의 비효율은 공공부채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베트남의 공공부채가 계속 증가하다가 2017년 GDP의 62.6%까지 달했는데 2018년 61.4%로 약간 감소했지만, 대외 부채가 2017년 GDP의 45.2%에서 2018년 49.7%로 증가했다.

최근 베트남 경제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은 몇 개 국내 민간기업의 급성장이다. 빈(Vin)그룹, 저가항공 비엣젯(VietJet), IT 기업 FPT, 식품회사 마산(Masan), 철강회사 화팟(Hoa Phat), 선(Sun)그룹 등이 그것이다. 이들의 약진이 향후 베트남의 경제적 변화 방향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간 베트남에서 민간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이었다. 현재도 민간기업의 규모가 대체로 그리 크지 않다. 국내 공업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외국인투자기업이 담당하고 있는 반면, 베트남 국내 기업은 제조업 부문에서 강세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신흥 민간 대기업은 서비스 부문에 집중하고, 부동산·상업부문으로부터 출발하여 이제 막 제조업으로 영역을 확대해가는 시점이다. 최근 가장 각광받는 빈그룹이 자동차, 휴대폰 제조 등 사업에 뛰어든 게 그 예다. 이외에도 FPT는 동남아 굴지의 IT기업으로 성장했고, 저가항공사 비엣젯이 급부상했다. 민간기업은 아니나 군부에서 운영하는 비엣텔(Viettel)은 이동통신사로 성공했다.

빈그룹은 부동산, 백화점, 리조트에 이어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곧 휴대폰을 내놓았다. 빈그룹이 베트남 내 굵직한 사업 분야에서 활약하다 보니, ‘베트남의 삼성’이라고 불린다. 빈그룹은 빈패스트(VinFast) 자동차 기업을 설립하고 21개월 만에 첫 자동차를 시장에 내는 발 빠름을 보였다. 그간 쯔엉하이(THACO), 타인꽁(Thanh Cong) 등 몇 개 자동차 회사가 외국회사와 합작으로 자동차를 조립 생산해 왔다. 최근에 빈그룹의 빈패스트가 ‘베트남 브랜드’의 독자적 생산을 개시한 것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BMW 등 온통 외국산 기계와 부품으로 채워졌다. 중형 세단 1종, SUV 1종과 함께 파딜(Fadil)이라는 소형차를 시장에 냈는데 반응은 냉랭하다. 휴대폰도 홍보는 요란한데 얼마나 팔렸는지 모르겠다. 그 때문인지 빈그룹은 소매부문 빈커머스(VinCommerce)와 농업회사 빈에코(VinEco)를 마산(Masan) 그룹에 넘겼다. 또 전자제품 유통부문 빈프로(VinPro)를 포기하고, 빈펄 에어(Vinpearl Air) 설립 계획을 취소했다. 대신 최근 빈홈스(Vinhomes) 공업단지투자회사를 설립해 부동산 기업의 풍모를 보였다. 이를 두고 빈그룹이 위기상황으로 가는 것인가 국가 기간산업에 집중하려는 것인가 등 그 장래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빈그룹에 대한 지지와 비판이 베트남 내에서 교차한다.

 

[호찌민시 랜드마크 81 내 빈패스트 홍보관. 사진@이한우 2019]




베트남 정부의 정책 방향과 균형적 이해

베트남 정부의 향후 정책 방향을 보면, 정부는 고부가가치산업으로의 이전을 통해 산업의 고도화를 추구하고자 한다. 외국인투자에 대하여도 이런 방향에 부합하는 투자를 환영하겠다고 한다. 더불어, 베트남은 외국인투자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국내 서포팅 인더스트리(supporting industry), 즉 소재 및 부품산업을 육성하려고 한다. 이 산업이 진흥되지 않으면 외국인투자는 국내 산업과 별개로 움직이고, 베트남은 세계 밸류 체인에 제 위치를 잡지 못한다. 외국인투자기업으로서는 베트남 내 노동시장의 변화에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저임금에 의존했던 초기 투자들의 경쟁력이 점점 더 약화되고 있다. 최근 물가상승폭이 크지 않아 최저임금 상승률도 높진 않지만, 정부가 매년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할 것이다. 2018년에 최저임금 인상률은 6.5%였으며, 1지역 기준 최저임금은 월 176달러였다. 2019년에는 지역에 따라 5%부터 5.8%까지 인상하고, 1지역 기준 최저임금은 185달러로 됐다. 이러한 베트남의 경제상황 변화에 맞춰 기업의 대응전략을 잘 짜야겠다.

베트남 경제를 볼 때, 균형적 시각을 갖추기를 요청한다.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의 발전상에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이 발전이 ‘기적’이라고 표현한 것을 아직 보지 못했다. 세계은행(World Bank)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네 마리 용의 발전성과를 ‘기적’이라고 표현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 연간 GDP 성장률만 보더라도, 네 마리 용들과 중국은 연평균 10%를 훌쩍 넘긴 적이 많았다. 베트남은 이를 9.5%까지 올렸지만, 아직 10% 이상 실적을 보이지 못했다. 중국이 개혁·개방 40년간 연평균 GDP 성장률 9.5% 실적을 보였는데, 베트남은 1991년 이래 2019년까지 연평균 7%를 나타냈다. 이는 베트남이 잠재력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잠재력이 아직 충분히 실현되지 않았음을 뜻한다. 베트남의 긍정적인 면을 보면서도 부정적인 면도 함께 보아 늘 균형적 시각을 가져야겠다.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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