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내 옆자리에 로봇 직원이 들어 왔다… 일의 변화 그리고 HR 2030

2020-03-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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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크루트 서미영 대표]



최근 LG생활건강은 업무로봇 알 파트장을 고용, 엑셀·전산시스템 조회 등 단순·반복업무를 수행 중인데 업무성공률은 95%에 달한다고 한다. 이로써 영업과 회계, 마케팅 부서 등에서 활용 중인 8대의 알 파트장을 모든 부서에 투입해 수작업 업무를 하게 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이다.

4차 산업혁명, 고령화, 기후변화 등으로 신(新)경제가 열렸고, 인간의 일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게 됐다. 로봇과의 일자리 경쟁, 새로운 직업의 출현, 아웃소싱과 글로벌 일감거래 증가 그리고 워라밸 추구는 기업 HR(human resources)의 미션과 업무 정의를 바꾸고 있다.

3차 산업시대에서 기업이 스페셜리스트 확보에 주력하며 인재 전쟁을 펼쳤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선 조직 내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직무 담당자를 구하는 것이 곧 우수인재 확보라고 봐야 한다. 즉,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직무와 그렇지 않은 직무로 일자리 수요 또한 양극화 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은 로봇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인재를 찾아 생산성 향상에 투자할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알 파트장을 다시 살펴보자. 곧 단순·반복 업무는 로봇이, 인지·분석 업무는 사람이 하는 협업 시스템을 구축해 디지털 전환을 통한 업무 혁신과 고도화를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둘째, 업무환경 변화도 파악해야 한다. 2010년대 이후 협업 애플리케이션과 일감거래 플랫폼이 등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기술에 기반해 대규모 IT 투자 없이도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고, 프로젝트 일정관리·기업용 SNS·폐쇄형 그룹 채팅앱 외에도 무료로 구글 앱스의 메일, 캘린더, 문서 및 스프레드시트 기능들을 활용해 원격작업이 가능해졌다. 또한 프리랜서, 온디멘드 플랫폼, 마이크로 워크, 크라우드소싱 등 국내외 일감거래 플랫폼의 등장도 달라진 업무환경을 대변한다. 이렇듯 협업기술 및 일감거래 플랫폼의 빠른 발전은 각 지구촌에서 외부인력들을 통한 기업의 조직 확장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셋째, ‘프리에이전트’, 즉 조직체나 회사에서 벗어나 스스로 일감을 구하고 제공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에 따르면 20세기가 샐러리맨으로 대표하는 조직형 인간이 경제의 주체였다면 21세기는 거대한 조직의 굴레에서 벗어나 원하는 장소, 원하는 시간과 조건에서 일하는 ‘프리-에이전트’시대라고 예측했다. 얼마 전, 높은 시청률로 종영한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주인공 남궁민(극중 백승수役)은 야구 단장으로서 꼴찌 팀을 성공궤도에 올려놓은 뒤 야구가 아닌 새로운 종목의 단장으로 부임하게 되며 끝을 맺었다. 이렇듯 우리나라도 프로야구를 시작으로 이후 배우, 가수, 아나운서, 독립PD, 방송작가, 컨설턴트, 저술가, 강연자, 번역가, 통역사 등 특정 기관에 속하지 않은 1인 사업자, 독립노동자, 프리랜서의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1인 멀티잡의 직장인, 이는 이미 미래가 아닌 현재 진행형의 모습이다.

끝으로, 아웃소싱 역시 늘어날 것이다. 기업들이 소수의 핵심 정직원을 중심으로 인력을 유지하고, 필요 시 외부 전문가 혹은 혹은 프로젝트별 계약 직원으로 일을 진행하는 구조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지난 2015년 세계은행은 온라인을 통한 아웃소싱이 2013년 19억 달러에서 2020년 150~250억 달러까지 10배 이상 확대되며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는데, 실제로 아웃소싱 시장은 이미 생활 곳곳에서 무한진화하며 수많은 직업을 만들고 있다. 바야흐로 대행서비스의 시대, 마이크로잡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일자리 환경은 급변하고 있고, 앞으로는 옆자리 동료가 아닌 로봇과 경쟁하며 성과를 내야 기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지난해 인크루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AI가 내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고 응답한 직장인 비율은 64%에 달했다. 앞선 환경변화를 파악하고 기회요인을 포착해 스스로 직무능력을 개발해야만 하는 이유다.


기업 또한 HR미션에 대한 재정의가 요구된다. 경쟁을 거쳐 모셔온 인재들에게 애써 과거 조직구조의 업무방식을 따를 것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대신 생산인구 감소, 근무시간 축소, 글로벌 협업이 가능한 솔루션과 플랫폼 등을 적극 활용해 임직원의 업무 효율을 높여줘야 한다. 특히 최근 사업장에는 고숙련(High-skilled) 인력 및 프리에이전트 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기업은 이들에게 조직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기능만을 의뢰해 성과를 창출해내야만 한다.

둘째, 기업 HR의 범위가 내부는 물론 외부까지 확대돼야 한다. 이전의 채용 범위가 내부직원에 그쳤다면 앞으로는 경쟁력 갖춘 아웃소싱까지 확보해야 가용한 인력 자원을 갖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로봇대체 기능을 제외한 필요한 인적자원을 판단하고, 직원채용과 외부인력 협업을 기획하는 것이 기업 채용담당자의 R&R(Role and Responsibilities)이 돼야 한다. 기존의 취업포털, 헤드헌터, 파견대행 형태 외에도 SNS 및 다양한 일감거래 플랫폼으로 채널을 확대해 인적자원을 선점해 둬야 한다.

기존 기업 HR의 KPI가 내부인력 채용, 성과관리, 교육이었다면 갈수록 핵심역량 보유 후 적재·적소·적시에 활용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HR의 범위를 내부직원은 물론 외부인력(Extended Workforce)까지 확대해가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 HR도 아웃소싱이 필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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