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당국은 최근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확진자의 반려견을 검사한 결과 확진 판정을 내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5일 보도했다.
홍콩 보건부는 "확진자 애완견의 검사 결과 약한 양성 반응이 있었고, 감염이 확인됐기 때문에 현재 격리된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외 전문가들은 해당 반려견이 미약한 수준으로 감염됐으며, 인간과 동물 간의 감염 가능성을 암시한다는 점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반려동물이 코로나19의 감염원이 되거나, 감염될 수 있다는 명확한 증거는 아직 없다고 강조했다
홍콩 당국의 이번 '근거 없는' 발표로 반려견이 코로나19 감염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람이 애완견으로부터 감염될 수 있다는 공포심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생동물보호자산단체(LAP)의 설립자 셰일라 맥클레란드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창궐 때도 베이징에선 막연한 공포심으로 애완동물을 버리는 경우가 많았고, 홍콩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수의계에서는 개와 고양이에게서 발생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같은 종끼리만 전염되지 개나 고양이가 인간을 감염시킬 순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홍콩 동물학대방지협회(SPCA) 소속 수의사 제인 그레이는 “2003년 사스가 확산했을 때도 일부 고양이에게서 바이러스가 발견됐지만, 사람에게 이를 전파할 수 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나 고양이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수는 있지만, 현재 유행하는 코로나19와는 완전히 다른 종류라고 재차 강조했다. 사람과 개·고양이 등이 감염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각각의 염기서열이 엄연히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즉, 강아지는 강아지에게, 고양이는 고양이에게만 감염시키지, 사람이 반려동물로부터 코로나19에 전염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현재까지 확인된 코로나바이러스 염기서열은 알파(α)와 베타(β), 감마(γ), 델타(δ)로 나뉜다. 개나 고양이가 걸리는 코로나바이러스는 모두 알파형에 속하는 반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나 사스 등 인간이 감염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베타형에 속한다.
홍콩시립대의 동물건강 관련 전문가인 바네사 바스 교수도 "반려동물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면서 "과거 사스때도 여러 애완동물에서 양성 반응이 발견됐지만, 아프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증거가 아직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세계소동물수의사회(WSAVA)도 같은 입장이다.
감염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확진자의 반려동물에 대해선 엄격히 격리를 실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개가 표면적으로 오염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뉴욕시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제임스 리차드슨 원장은 4일(현지시간) 호주 주간지 우먼스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애완견 자체가 감염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일종의 바이러스 ‘전달체(transmission vehicle)’는 될 수 있다며, 확진자와의 접촉을 통해 개가 표면적으로 오염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에 개·고양이 전염병 질병 방역 전문가인 뤼옌리 중국농업대학 동물의학 임상수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진을 받았을 경우 반려동물 쓰다듬기, 포옹, 입맞춤, 음식 공유 등을 하지 말고, 반려견과 접촉한 후에는 비누로 손을 씻을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