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격 금리 인하에도 이주열은 여전히 '고민 중'

2020-03-0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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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간부회의에서 임시 금통위 언급 없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전격적인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들면서, 국내에서도 한층 기준금리 인하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시급히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한국은행은 여전히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4일 한국은행은 이주열 총재 주재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국내외 금융시장 영향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 결과 한은은 향후 통화정책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파급 영향을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정부 정책과의 조화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코로나19 전개 양상과 국제금융시장의 움직임에 주시해 시장안정화에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일부 금융 전문가들이 기대했던 임시 금통위에 대해서는 전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긴급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다음달 금통위 날짜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이번달 임시 금통위를 개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5%에서 4.25%로 0.75%포인트 급격히 조정한 바 있다.

한은의 행보는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연준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3일(현지시간) 연준은 긴급성명을 내고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를 연1.00~1.25%로 0.50%포인트 낮췄다. 연준은 오는 17~18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예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정례회의를 거치지 않고 큰 폭의 금리를 조정했다.

연준은 지난달까지 만하더라도 기준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이달 들어 전격적으로 입장을 변경했다. 그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의 확산 속도가 가파르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진단한 것이다.

실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 펀더멘털은 여전히 강하지만 코로나19가 경제 활동에 미치는 위험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수단을 사용하고, 적절하게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긴급성명 이후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이다.

임시 금통위 등 긴급한 정책 대응의 필요성을 인정치 않은 한은의 행보를 놓고 금융권에서도 여러 의견이 나온다. 우선 연준이 너무나 예상을 깬 조치를 내놓으면서, 오히려 시장의 공포를 더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을 감안해 일단 지난달 금통위에서 밝혔던 기존 입장을 유지키로 결정했다는 분석이 많다.

또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직후 임시 금통위를 개최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2월 실기론'이 제기될 수 있는 것도 부담스러워한 눈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의 정책 방향이 바뀐 상황에서, 중국 다음으로 코로나19에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감안하면 결국 다음달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미국처럼 0.5%포인트나 하향 조정하기는 어렵고 0.25%포인트 조정으로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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