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A와 B는 내연관계라던데요? 확진자 동선을 보면 다 알아요. 확진자 C는 '업소남'으로 찍혔어요. 코로나19보다 확진자 동선공개가 더 끔찍하네요. 전 국민에게 신상이 털리는 셈이잖아요."
4일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주요 지방자치단체가 코로나 19 감염을 막기 위해 확진자 동선 정보를 상세하게 제공하면서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감염병 예방을 막기 위해선 당연한 조치지만 각 자지체의 민심을 얻기 위한 무분별한 정보공개가 일부 피해자와 자영업자의 '낙인찍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전국구로 확대하면 정보공개 수준은 더 제각각이다. 경기도의 경우 안양시는 확진자의 집과 확진자 자녀의 어린이집, 확진자가 이동한 시댁 주소 정보, 확진자 이동 경로인 동단위 마트까지 공개하고 있다. 화성시도 확진자가 거주하는 아파트와 직장명을 공개 했다.
경남 창원시의 경우 확진자가 이용하는 카페, PC방 등을 시간대별로 자세하게 공개했고, 순천시는 확진자가 방문한 모텔, 산부인과 이름, 이용한 택시번호까지 공개하기도 했다.
정보공개를 바라보는 여론도 양분된다. 직장인 김가영(35)씨는 "확진자들이 언제, 어디있었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일반 사람들이 스스로 접촉자인지 아닌지 판단하고 신고할 수 있다"면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는 일부 자치구의 발빠른 행정력을 보면 마냥 부럽다"고 말했다.
반면 40대 직장인 박종복(46)씨는 "확진자 동선을 알려주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이들의 방문 장소가 인터넷 상에 박제되서 '레전드'라고 돌아다니며 불특정 다수에게 희화화되는 모습은 끔찍하다"면서 "정부가 아닌 기초자치단체에서 경쟁하듯 확진자 동선을 중계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감염병 확진자 동선 공개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역학 조사를 진행하지만 확진자 동선을 대중에 공개하지 않는다. 질병 관련 비밀을 유지하고 확진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일본 역시 공개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일부 환자의 동선을 제외하고는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르면 지자체나 공공기관은 소관 업무 수행을 위해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제3자인 언론 등에 이를 제공할 수도 있다. 다만 개인을 명확하게 특정하거나 유추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면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확진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도록 동선을 공개하면 법적인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동선 공개로 신원이 유추되거나 지나친 희화화는 상황에 따라 법 위반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