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발생한 베트남 다낭에서의 대구시민 격리 사건을 두고 일부 한국언론의 일방적인 보도에 대한 한 베트남 네티즌의 반박 글이다.
모든 관계가 그렇듯이 기대가 커지면 실망도 커지는 법이다. 지금 한국에 대한 베트남의 모습이 꼭 그렇다. 한국에 대해서라면 무조건적 환영을 나타냈던 베트남 여론이 최근 급격하게 차가워지고 있다.
당장 '#ApologizeToVietNam(베트남에 사과하라)', '#20KoreansStopLying(20명의 한국인들은 거짓말을 멈춰라)' 등 한국을 비판하는 베트남 해시태그를 단 글들이 연일 인터넷 검색 상위권에 올라서 있다. 이러한 해시태그는 한때 트위터의 세계검색순위에서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에 베트남 내 거주하는 한국민들이 베트남 정부의 코로나 관련 인적사항 점검에 대한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면서 이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베트남 현지 언론은 일부 한국인들은 베트남 정부의 자가격리 조치 아랑곳하지 않고 길거리를 배회하고 심지어 공안의 신원확인을 무시하고 아예 아파트 문도 열어주지 않는다고 상황을 전했다.
분위기가 이쯤되자 일부 국내 언론과 베트남 한인사회에서는 이대로는 안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계속해서 베트남에서 한국인들이 부정적인 인식을 줄 경우, 한류와 박항서 감독 등으로 쌓아온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경각심이다.
무지는 때론 상처의 원인이 된다. 이번 사례에서 보듯이 정작 우리가 베트남에 대해 얼마나 무지 했는지 알 수가 있다. 그동안 우리가 신남방정책의 핵심국가로 '베트남, 베트남'을 외쳤지만 정작 반미가 베트남이 자랑하는 음식문화며, 베트남 의료시설의 대부분이 군병원이라는 것조차 많은 한국인은 모르고 있었다.
사실 그동안 베트남에서 한국민은 아주 융숭한 대접을 받아왔다. 중국과 일본 등과 주요국과 비교해서도 어느 행사에서나 어느 장소에서나 한국인만은 더 특별한 대접을 받아왔다. 이번 코로나 확산 사태를 두고도 베트남 정부가 중국은 발생 이후 수일 만에 모든 출입국을 중단한 반면, 한국은 계속해서 확진자가 발생하지만 아직까지 모든 문을 닫아걸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베트남의 호의에 마치 자신이 1등 국민으로 됐다는 것처럼 착각하고 행동하는 한국인들이 아직도 부지기수다. 생면부지의 베트남인에게 다짜고짜 반말하는 한국인부터 베트남 한인타운 내 일하는 베트남인들이 전부 자신의 부하직원인 것처럼 다루는 등 베트남 현지에서도 볼썽사나운 모습도 가득하다.
다낭 격리 사태로 촉발된 한국에 대한 비난여론은 어쩌면 비단 코로나 사태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베트남인들이 흔히 ‘으스댐(Bossy)’으로 표현하는 한국인의 이미지는 결국 몇 명의 한국 사람이 만든 이미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전히 '한국은 선진국, 베트남은 후진국'으로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에 갇혀 있는 한국인들이 많은 이상 양국의 발전적인 미래는 답보하기 힘들다.
물론 많은 한국인들이 이번 베트남 정부의 일방적인 조치에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정부 때문이든 신천지 때문이든 우리는 모두 본국의 이미지를 등에 업고 이 땅에 혜택을 누리며 살아왔다. 특히 그동안 후한 대접을 받아왔던 한국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전염병을 슬기롭게 대처해왔다. 이번 코로나19 역시 벌써부터 백신이 개발중이라는 소식과 함께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이 상당히 낮은 점을 비춰볼 때, 시간이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코로나 이후 남은 상처다. 전염병은 일순간에 사라지지만 상처의 기억은 오랫동안 머리 속을 맴돈다.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자성의 모습이 필요한 시점이다. 베트남 정부의 입국금지와 격리조치에 무조건 발끈할 것이 아니다. 베트남에서 무엇이 한국의 이미지를 누적되게 망쳐왔고 베트남인의 신뢰를 확보하는 방법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때다.